"정치권 복지공약 이행하려면 1인당 세금 최대 355만원 더 내야"
정치권의 각종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국민 1명당 조세 부담을 한 해 최대 355만원까지 늘려야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올해 1인당 조세부담액(535만원)의 66%에 이르는 돈이다.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의 추산 결과다.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싱크탱크인 한경연이 정치권의 복지공약을 정면 비판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대 국회 개원에 맞춰 재계가 정치권의 복지 확대,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 움직임에 대해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추가비용만 281조~572조원

한경연은 6일 ‘복지공약 비용추정 및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내고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5년간 각각 281조원(연평균 56조원)과 572조원(연평균 114조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총선 때 각 정당이 발표한 복지 공약비용(새누리당 5년간 75조3000억원, 민주통합당 5년간 164조7000억원)을 훨씬 뛰어넘는다. 기획재정부가 양당 공약을 분석해 추산한 5년간 268조원보다 많다.

한경연은 공약을 이행할 때 정부 부담인지, 민간 부담인지 모호하거나 민간으로 부담이 떠넘겨지는 간접비용을 포함한 액수라고 설명했다. 조경엽 한경연 선임연구위원은 “복지공약을 실행할 경우 국가예산 외에 민간 등이 부담해야 할 간접비용도 고려해야 현실적인 소요비용이 나온다”고 말했다.

한경연은 이 같은 추가 비용이 세금으로 전가되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매년 새누리당 3.53~3.93%포인트, 민주당이 4.31~10.16%포인트 추가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1인당 연간 조세부담액도 새누리당 공약 이행 때 109만~123만원, 민주당은 120만~355만원이 추가로 늘어날 것으로 계산했다.

민주당의 복지비용이 새누리당보다 많은 것은 기초생활수급자 대상 확대, 양육수당, 보육비, 불임부부 지원, 기초노령연금대상자 확대와 연금인상, 최저임금 현실화, 무상의료 등의 공약 때문으로 분석했다.

조 연구위원은 “양당의 복지공약이 시행되면 국가채무 증가, 조세부담률 상승으로 경제 성장이 저하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포퓰리즘 반격 본격화

재계가 한경연을 앞세워 정치권의 포퓰리즘(대중인기 영합주의)에 브레이크를 걸고 나선 것은 19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뒤 두 번째다. 한경연은 지난 4일 ‘경제민주화,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를 열어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요구에 대해 법적, 경제적, 철학적 관점에서 조목조목 비판했다.

재계는 지난달까지만 해도 정치권 움직임에 대응을 자제해왔다. 기업 때리기 공약 등이 총선용이며 실제 이행되진 않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었다. 그러나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다는 분위기가 재계에서 감지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19대 국회 임기 첫날인 지난달 30일 비정규직 차별 해소, 반값등록금 등 포퓰리즘 법안이 무더기로 발의됐다”며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대응하지 않으면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더욱 기업 때리기에 골몰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통합진보당의 ‘종북’ 파문이 민주당까지 이어지며 국민 지지도가 떨어지는 지금을 반격을 위한 적기로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7일 ‘대·중소기업 간 양극화’에 대한 반박 자료를 내놓으며, ‘공정거래위원회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 한다’는 취지의 설문 결과도 발표한다.

최병일 한경연 원장은 “정치권이 경제, 복지 공약을 만들 때 비용, 현실적 측면을 좀 더 고민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