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만수 산은금융그룹 회장(사진)이 “현재 세계 경제위기는 대공황 때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 회장은 5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유럽 등 세계 각국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태여서 경제위기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전날 “현재 유럽사태는 대공황에 버금가는 위기”라고 진단한 데 이어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강 회장까지 최근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강 회장은 “(1929년) 대공황 때 제조업 펀더멘털에는 별 문제가 없었는데 금융시장 투기 등으로 혼란해져 어려움을 겪은 것”이라며 “하지만 이번엔 펀더멘털이 문제이기 때문에 경제가 10년 이상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 이후 각국 정부가 한 것이라곤 민간부채를 정부부채로 바꿔놓은 것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 회장은 유럽 재정위기로 불거진 현 위기상황을 각 국가 간 구조적 불균형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은 대출 등으로 미래소득까지 앞당겨 쓰는 외상소득 경제, 남유럽 국가들은 일을 하지 않고 정부재정이나 복지에 의존하는 불로소득 경제, 일본은 엄청난 정부부채로 미래재정을 앞당겨 쓰는 외상재정 경제”라고 비유한 뒤 “이 때문에 일어나는 글로벌 불균형이 이번 위기의 본질”이라고 분석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 대해선 “유로존이 깨지느냐,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이 탄생하느냐의 문제로 봐야 한다”며 “북유럽이 남유럽을 지원하지 않으면 해결이 불가능한데, 정치적으로 어려운 문제”라고 설명했다. 우리나라 경제와 관련해선 “주식시장은 유럽이 안정되면 자금이 들어왔다가 유럽이 어려워지면 다시 자금이 나가는 상황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