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믹스를 타서 마실 때 티스푼이 없으면 믹스 봉지로 커피를 젓는 일이 흔하다. 그러나 이는 봉지에 포함된 합성수지 필름이 벗겨져 커피에 녹아 들어갈 우려가 크기 때문에 하지 않는 게 좋다.

커피믹스나 과자 등 식품 봉지는 눈으로 볼 때는 한 겹으로 된 필름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산소·수분·빛 등 외부 환경으로부터 내용물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소재가 쌓인 다층 포장재다.

PP(폴리프로필렌), PE(폴리에틸렌), 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알루미늄박 등 다양하다. 산소 차단성, 내충격성, 차광성, 내수분성 등을 모두 만족하는 소재가 없기 때문에 여러 개를 쌓는 것이다.

봉지에 따라서도 구조가 약간씩 다르다. 커피믹스는 자체 수분 함량이 적어 외부 습기를 흡수하기 쉽기 때문에 산소 차단성이 좋은 알루미늄 증착 PP 등을 쌓아 만든다. 믹스 봉지 안쪽이 은색인 이유는 PP에 내습성, 차광성을 주기 위해 알루미늄을 증착하기 때문이다.

한편 즉석카레, 짜장 등 레토르트 식품은 포장재째 끓는 물에 데우기 때문에 내열성이 좋은 PET, 알루미늄, PP 등을 쌓아 만든다. 냉동만두 등 영하에서 유통·보관되는 식품 포장재의 경우 내충격성과 내압력성이 좋은 PA(폴리아미드), PE 등을 쌓아 만든다. 토마토케첩 등 소스류 포장재는 소스가 산화돼 악취가 발생하기 쉬우므로 산소 차단성이 좋은 EVOH(에틸렌비닐알코올), PE 등을 주로 사용한다.

그렇다면 식품과 접촉하는 내지 부분에서 해로운 물질이 나오지는 않을까? 내지에 쓰이는 PE나 PP에는 가소제 성분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내분비계 장애물질인 DEHP(디에틸헥실프탈레이트) 등은 검출되지 않는다는 게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설명이다.

식약청 관계자는 “PE나 PP는 원래 유연한 성질을 갖는 재질이기 때문에 PVC(폴리염화비닐)와 달리 제조 과정에서 별도로 가소제를 사용할 필요가 없고 끓기 전 95도의 물을 붓는 정도에선 안전하다”고 말했다.

군대에서는 종종 라면 봉지에 직접 스프를 넣고 끓는 물을 부어 먹는데(일명 뽀글이), 100도의 끓는 물을 붓는다면 유해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