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직원을 채용할 때 구직자의 인성·적성을 눈여겨보지만 정작 취업준비생들은 영어 능력이 최우선이라고 단정하고 영어 점수를 올리는 데 과도하게 몰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일 발표한 ‘영어교육 투자의 형평성과 효율성’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대학생 1500명 중 68.7%(중복 답변)는 최우선 취업 스펙으로 영어 능력을 꼽았다. 그 다음으로는 출신 대학(53.0%), 업무 관련 경험(52.8%), 인성·적성(42.4%) 순이었다. 반면 대기업은 구직자의 인성·적성을 1순위 채용 기준으로 제시했다.

영어 능력은 출신 대학, 전공학과, 학점 등에 이어 5순위로 밀렸다. 외국계 기업에서도 영어 능력은 채용 기준에서 3순위, 중소기업에서는 4순위에 머물렀다.

김희삼 KDI 연구위원은 “일반적으로 취업준비생들은 영어 준비를 위해 다른 것들을 희생하는 경향이 있지만 실제 기업이 요구하는 덕목은 다른 것”이라며 “영어 능력과 임금 수준도 큰 상관관계가 없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한국 학생들은 고소득 가정을 중심으로 초등학교 때부터 지나치게 영어교육에 매달린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영어 능력에 대한 과도한 부담으로 학습시간과 비용을 비효율적으로 배분하고 있다”며 “취업준비생은 영어보다는 실무 능력을 쌓고 기업은 직무 분석에 입각한 영어 능력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