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은행들의 자본규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놓고 금융권과 학계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경기가 둔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자본규제를 강화하면 대출이 위축돼 경제가 더욱 악화될 수 있다고 은행들이 주장하고 나서면서다. 학계에서는 “자본금 확충이 대출시장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2008년 금융위기 같은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선 충분한 자본을 쌓도록 해야 한다”고 반박한다. 금융 안정과 경제 성장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규제 당국은 딜레마에 빠졌다.

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중앙은행(Fed)은 새 자본규제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초안을 오는 7일 내놓을 예정이다. 초안은 보통주 자본비율을 7%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는 새 국제결제은행(BIS) 자본규제 기준 바젤Ⅲ를 그대로 준용할 것으로 전해졌다. 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가 2010년 내놓은 바젤Ⅲ는 바젤Ⅱ의 자기자본비율 8%는 그대로 유지하되 이 중 후순위채같이 순수한 자기자본으로 보기 어려운 자본의 비중은 축소하고 보통주처럼 손실을 직접 흡수할 수 있는 자본의 비중을 확대하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Fed는 여기에 위험가중자산의 1~3%에 해당하는 자본을 추가로 적립하도록 할 계획이다.

금융권은 이 같은 규제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은행들은 자체 연구 결과를 인용해 필요 이상의 자본 확충을 강제하는 건 대출 축소와 대출 금리 상승으로 이어져 안 그래도 취약한 경제를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고 주장한다. 대형 은행들의 이해를 대변하는 ‘클리어링하우스’는 “금융위기 당시 100여개 은행의 자본금 확충 상황을 조사한 결과 보통주 자본비율 7%만 유지하면 위기시에도 정부에 손을 벌릴 필요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1~3%의 추가 자본 확충은 필요치 않다”고 강조했다.

일부 경제학자는 역사적으로 볼 때 자본규제 강화가 은행 대출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최근 Fed 이사로 선임된 제러미 스테인 하버드대 교수가 대표적이다. 그는 다만 “갑자기 규제를 강화하면 은행들이 외부에서 자금을 조달해야 해 대출 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며 “은행들이 비용 절감과 수익 창출을 통해 점진적으로 자본금을 확충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JP모건체이스의 20억달러 파생상품 투자 손실은 규제 찬성론자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JP모건이 그나마 충분한 자본금을 쌓아놓고 있었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대형 손실에도 전체 금융시스템의 붕괴를 피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규제 업무를 관장하는 대니얼 타룰로 Fed 이사는 “은행들이 시스템적으로 대규모 손실을 흡수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점을 규제 당국과 시장, 납세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