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人스포츠]'요트메카=경기도' 이끈 '숨은 공신', 김동영 대표
지난 5월, 경기도 화성시 전곡항 일대에서는 세계 최고 권위의 요트대회가 열렸다. '월드매치 레이싱투어(World Match Racing Tour), 2012 코리아매치컵'. ISAF(세계요트연맹:Interation Sailing Federation)이 공인하는 이 대회는 Grade W급의 월드챔피언십으로 매년 전 세계 10개 국을 순회하며 개최하는 대회다.

2008년부터 전곡항에서 열린 월드매치 레이싱투어는'아메리카스컵', '볼보 오션레이스컵'과 함께 ISAF가 인정하는 '세계 3대 대회' 중 하나.

이번주 '스포츠인스토리'의 주인공은 '코리아매치컵'을 경기도 화성시로 유치한 '일등 공신'으로 손꼽히는 김동영 세일코리아 대표다. '요트에 미친 부산 사나이' 김동영. 그의 요트 이야기를 들어보기 위해 화성시 전곡항을 찾았다.

O체육과 새내기, 요트의 매력에 빠지다.

어린시절 운동을 즐겨하던 김동영 대표는 부산동아대학교 체육학과에 입학한 첫해, 선배 권유로 요트부에 가입했다. 김 대표가 기억하는 요트와의 첫 만남이었다.

여느 새내기들처럼 동아리 수준으로 시작한 요트는 천성이 '부산 사나이'인지라 바다를 좋아했던 김대표에게 어렵지 않게 선수로 발탁되는 행운을 가져다 줬다.

대학시절 선수 생활을 하면서 대학부 우승컵까지 거머쥐었던 그는 졸업을 앞둔 4학년때부터 대한요트협회 경기운영위원으로 활동했다.

김 대표는 첫 배를 탔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단 한번도 '요트' 이외의 길은 쳐다 본적도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고 힘주어 말한다.

막연히 시작했던 요트의 길이 그의 인생을 바꿔 놓은 건 호주 유학시절 때문. 그는 영어 연수차 호주 유학길에 올랐다가 해양 선진국의 문화를 접하고 눈이 '번쩍' 뜨였다.

이후 그는 요트에 대한 전문적인 교육을 받기위해 뉴질랜드 오클랜드에 소재한 유니텍이란 요트전문학교로 유학 장소를 옮겨 학업을 마치고 현지 공장에서 요트 제작과 디자인을 맡는 요트빌더로 4년간 활동했다.

당시 호주, 뉴질랜드, 미국 등을 돌면서 요트에만 매진하는 그를 보고 주위에는 '역마살'이 꼈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에 대해 김 대표는 "하고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한 것 뿐인데, 지금 돌아보면 거시적인 안목에서 세계 요트 산업을 조망 할 수 있는 초석을 다졌던 소중했던 시기"였다고 회고한다.

김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작 기술과 세계적인 선수, 심판 등을 배출하는 뉴질랜드를 보면서 3면이 바다이고, 조선 강국이기도 한 대한민국의 또 다른 '미래가치'를 가늠하게 됐다.

선수생활, 경기운영, 요트 디자인과 제작을 두루 거친 그는 개인의 삶과 대한민국의 비전이 만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2006년, 세일뉴질랜드라는 요트 컨설팅 회사를 설립했다.

세일 뉴질랜드 설립의 가장 큰 목표는 한국에 국제적인 요트대회를 유치하는 것이었다. 세계 요트업계의 신뢰를 얻는 것 만이 요트 변방국인 'KOREA'와 자신을 알리는 길이라고 판단한 그는 국제 프로모터로서의 자리매김 하기 위해 꼼꼼하고 정확하게 일 처리로 차근차근 신뢰를 구축해 나갔다.

O요트대회 국내 유치, 꿈은 이루어진다.

뉴질랜드에서 요트 컨설턴트로 활동하던 당시 그는 특유의 친화력과 책임감을 장점으로 길지 않은 시간만에 세계 요트계를 주름잡는 WMRT와 아메리카스컵 운영진 등과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더욱이 호주에서 경험한 요트빌더 활동을 바탕으로 요트 제작 전문가와 선수들에 아우르는 폭넓은 친분을 쌓게됐다. 요트 불모지인 대한민국에서 WMRT 코리아매치컵이 유치 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중 하나였다.

'요트메카=경기도'의 상징인 '코리아매치컵'은 김 대표의 소박한 성품과 특유의 친화력이 만들어낸 값진 결과라는게 주변인들의 평이다.

사실 '코리아매치컵'이 열리기 전까지 세계 해양,레저업계에서 한국은 낯설고 어색한 '변방국'이었다.

하지만 그의 해박한 지식과 진솔한 태도에 세계대회 관계자들은 마을을 열기 시작했고 적극적인 협조로 이어진 것이 성공적인 대회 유치의 핵심이 되었던 것.

마침내 경기도가 세계요트대회를 해양산업의 전망과 비전의 도약대로 삼고자 스포츠마케팅을 추진하기로 결정되면서 서해 앞 바다에 세계 요트 스타들이 하나 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주장하는 이른바 서해안을 동북아의 중심이 되게 한다는 '골드 트라이앵글론'에 큰 힘을 실어주는 대표적인 스포츠 이벤트로 자리잡게 된 셈이다.
[스토리人스포츠]'요트메카=경기도' 이끈 '숨은 공신', 김동영 대표
2008년, 개최초기 관계자들조차 성공을 확신하지 못해 대회를 준비조차 조심스러웠다. 일부 해외 선수단은 진짜 열리 긴 하는 것이냐는 문의도 있었다.

대회는 5회째를 맞이하며 급성장했고 매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해양산업 변방국 대한민국이 세계 해양,레저업계에 화려한 신고식을 마치고 거친 항해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이다.

올해로 5회째 맞이한 이 대회는 화성시 전곡항 일대를 요트산업 요충지로 부상시켰고 국내 요트산업 시장의 선점효과 거양했을 뿐아니라 경기도 자체의 브랜드 가치를 드높였다는 평이다.

실제로 경기도는 제부항, 홀곳항 등 서해안 일대에 116선석을 보유하고 있지만 20115년까지 900선석을 추가 확보 한다는 방침이다. 대회개최 이후 마리나 선석이 부산, 충무 등 남해안에서 전곡항으로 이동 추세이다.

또 지난해 코리아매치컵 요트대회는 국내,외 약 720여개 미디어가 정곡항을 찾아 약 860억원 이상의 유,무형적 브랜드 상승 효과를 거뒀다. '황금 알을 낫는 요트'인 셈이다.

O도전... 그리고 더 큰 꿈을 향한 항해

김동영 대표는 2002년 월드컵 신화를 이룬 히딩크의 열정과 닮은 부분이 많다. "나는 아직도 배고프다"며 늘 더 큼 꿈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가슴에는 꼭 이루고 말겠다는 더 큰 꿈이 한 가지 있다. 세계 초부자 국가들이나 엄두를 낼 수 있다는 아메리카스컵 유치가 그것이다.

김 대표는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인 아메리카스컵을 한국에서 유치한다는 것은 우리 현실에는 아직까지 먼 이야기"라면서, 하지만 "지자체와 스폰서가 힘을 합쳐 미래가치 산업으로 인지하게 된다면 그리 멀지 않을 훗날 반드시 유치 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요트문화 저변확대 후 요트대회를 진행하는 것이 쉬운 길이 아니겠느냐는 주변의 우려에 대해 그는 "산업 후발 주자로서는 산업 발전을 이끌어가기 위한 이벤트 진행을 먼저 하는 것이 저변확대나 산업 성장에 더 효과적"이라고 강조한다.

지난해부터 사비를 들여가며 아매리카스컵 한국 대표로 출전하면서도 김 대표와 직원들이 성공적인 대회 운영과 스포츠마케팅을 통한 '요트알리기'에 매년 목을 매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아메리카스컵 출전의 경우, 국내 요트산업에 대한 부족한 인식 만큼이나 좋지 않은 여건이다. 배 한 척에 선수 5명이 전부이기 때문에 투어 중 부상선수가 발생하면 정비스태프까지 동원해야 할 판이다.

더욱이 한 척에 120억씩 들어가는 아메리카스컵 본선용 요트 제작은 아직도 풀지 못한 숙제다. 스폰서가 없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아메리카스컵에 처음 출전할 때 계란으로 바위 친다는 심정으로 시작했다"며, "팀 코리아의 선전은 월드컵에서 아프리카 축구가 브라질을 이기는 경우와 같다. 힘들고 어렵지만 끝까지 도전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현재 그는 국내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 시장과 미국 서부시장을 공략하려는 외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스폰서를 찾고있다. 한국팀 최초 아메리카스컵 도전의 드라마를 완성하기 위해서다.

그의 도전은 세계 요트계의 관심거리다. 이언 머레이 아메리카스컵 운영위원회 최고경영자(CEO)는 "팀 코리아는 어렵지만 주어진 환경에서 최상의 결과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그들의 도전에 높이 평가했다.

'아메리카스컵의 전설' 러셀 쿠츠 오라클팀 CEO는 평소 김동영 대표와 팀 코리아아에 대해 스폰서 기업의 충분한 지원을 받는다면 훌륭한 팀으로 성장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큰 괌심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민간의 힘으로 161년 전통의 아마리카스컵에 대표팀으로 출전하고 코리아매치컵 세계 요트대회를 유치해 경기도를 세계 요트산업의 중심으로 이끌고 있는 김동영 대표. 스키퍼를 중심으로 한 매치레이싱의 크루들처럼 그의 열정와 팀코리아의 일사불란함에서 한국 요트산업의 희망이 엿보인다.

한편, 화성 전곡항 일원에서 매치 레이스로 열린 대회 최종일 결승에서 비욘 한센(스웨덴)팀이 매치 레이싱 세계랭킹 1위 이안 윌리엄스(영국)를 3―2로 제압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지난 대회서 처음 우승한 한센팀은 2회 연속 정상에 오르며 7천500만원의 상금을 챙겼다.

화성= 유정우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