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줄기세포 연구개발 및 임상에 대한 지원 필요성을 재차 강조하면서 성체줄기세포 치료제 ‘4호’가 어떤 기업에 돌아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초까지 3개 품목(하티셀그램, 카티스템, 큐피스템)이 시판허가된 뒤 관련 업체들이 앞다퉈 임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메디포스트는 31일 미숙아 기관지폐이형성증 치료제인 ‘뉴모스템’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청에 임상 2상 승인을 신청했다. 지난달 이 회사가 일부 중소형 병원을 대상으로 시술을 시작한 ‘카티스템’과 같이 제대혈로부터 분리배양된 성체줄기세포 치료제다. 제대혈(태반 혈액)은 근육 뼈 등으로 분화하는 간엽줄기세포, 신경세포로 분화하는 신경줄기세포, 백혈구 적혈구 등으로 분화하는 조혈줄기세포 등이 모두 함유된 ‘줄기세포의 저장고’로 불린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9명을 대상으로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와 함께 임상 1상을 진행한 결과 안전성과 일부 효과를 확인했다”며 “희귀의약품으로 임상 2상 신청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희귀의약품 지정시 상용화 시기가 앞당겨질 수도 있다. 식약청이 희귀의약품은 임상 3상 시행을 조건으로 2상 완료 후 시판을 허가하는 정책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1·2상을 마친 ‘프로모스템’ 역시 희귀의약품 지정을 추진 중이다. 이 약품은 백혈병 등 난치성 혈액종양 환자에게 동종(타인의 것) 제대혈 기반 조혈모세포 이식을 해 주는 것이다.

알앤엘바이오는 퇴행성관절염 치료제인 조인트스템 임상 1·2상을 마치고 3상 신청을 준비 중이다.

회사 관계자는 “보라매병원 등과 함께 13명을 대상으로 안전성 등을 확인했다”며 “반신반의하던 의학계도 점점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당뇨 합병증 가운데 하나인 버거씨병 치료제 바스코스템에 대해 가톨릭성모병원, 세브란스병원 등과 함께 임상 1·2상을 진행 중이며, 척수손상 치료제인 아스트로스템에 대해서는 최근 임상 1상을 마쳤다.

그러나 줄기세포치료제 가격이 높게 책정돼 시장을 키우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메디포스트 카티스템의 시술비용은 건당 (환부를 절개해 소량을 도포하는 것) 500만~1000만원, 에프씨비파미셀의 ‘하티셀그램’의 시술료는 400만~2000만원에 달한다. 알앤엘바이오 바스코스템의 임상 시술료도 건당 1000만원을 훌쩍 넘는다. 애매한 효과도 문제다. 완치가 아닌 ‘일부 호전’만 있어도 치료제로 승인이 나고, 추적관찰 기간도 딱히 정해진 게 없다. 안철우 강남세브란스병원 교수는 “국내 줄기세포 기업들이 채택하고 있는 기술은 세대 구분으로 보자면 모두 1세대”라며 “보다 확실한 효과를 담보할 수 있는 2세대 줄기세포 분리배양 기술에 대한 연구개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 성체줄기세포


뼈 장기 등 특정 조직으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 제대혈이나 지방조직에서 분리·배양해 얻을 수 있다. 분화능력은 배아줄기세포보다 떨어지지만 타깃형 치료제로 활용 가능성이 커 각국에서 활발히 연구 중이다.

◆ 배아줄기세포

신체의 모든 부위로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 수정 후 2주 내 배아 형성 과정에서 얻을 수 있다. 가장 분화능력이 큰 세포지만 암세포 등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어 치료제로 활용하기에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