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캐피탈 사장(52·사진)은 작년 8월 장인인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찾았다. 당시 매물로 나온 녹십자생명 인수를 허락받기 위해서다. 정 회장은 처음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하지만 정 사장이 “금융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생명보험회사가 꼭 필요하다”며 장인을 설득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은 결국 2316억원에 녹십자생명을 인수하고 5월 ‘현대라이프’로 사명을 바꿨다.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최진환 현대캐피탈 전략기획본부장을 대표이사로 보냈다. 금융계 관계자는 “정 사장이 요즘 보험 전문가의 의견을 두루 경청하고 있다”며 “보험업계에 새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현대라이프의 성장 전략을 마련 중”이라고 전했다.

○직원 사기진작 위해 주식 매입

정 사장이 녹십자생명을 인수한 뒤 처음 내린 조치는 우리사주 매입이다. 직원들이 갖고 있던 70만여주(전체 지분의 4.2%)를 한꺼번에 고가에 되사주기로 한 것이다.

300여명의 직원은 2006년 주당 5000원에 자사주를 매입했다. 1인당 평균 2500여주씩이다. 하지만 거래가 끊겨 직원들 사기가 크게 떨어졌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현대라이프 대주주인 현대모비스와 현대커머셜은 지난 29일 주당 1만3000원에 우리사주를 사들였다. 휴지조각이 될 뻔한 직원들의 자사주가 ‘대박’을 친 것이다.

현대라이프는 오는 9월 서울 신대방동에 있는 본사 사옥도 이전한다. 현대카드·캐피탈 및 HMC투자증권 인근이다. 회사 관계자는 “현대카드 등 현대차 계열사와 시너지를 내기 위한 방안”이라며 “6월부터는 전국 57개 지점의 사무공간을 전면 재배치하고 외관을 정비하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파격적인 마케팅으로 현대카드를 업계 수위권으로 성장시킨 정 사장이 전면에 나선 데다 재계 2위 그룹이라는 점에서 현대라이프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고 전했다.

○불완전 판매자 제재 강화

정 사장의 특명을 받은 최 대표는 고객 민원을 최소화하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일부 설계사들이 수수료를 얻기 위해 고객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는 사례가 있다고 보고, 모든 보험 계약에 대해 ‘해피콜’을 실시하고 있다. 본사에서 새 계약자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충분한 설명을 들었는지 검증하는 절차다.

불완전 판매를 확인한 설계사에 대해서는 7월부터 신계약 판매를 일정 기간 제한하기로 했다. 최 대표는 “고객이 충분한 정보를 갖고 가입했는지 파악해 계약 유지율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직원 재교육과 함께 내부 제재를 대폭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현대라이프는 빠르면 7월 종신·생명·연금보험 등 신상품을 한꺼번에 출시한다는 전략이다. 혁신적인 상품을 내놓기 위해 수개월 전부터 태스크포스(TF)를 운 영 중이다. 기존 보험사에는 생소한 마케팅 기법도 연구하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 회사는 이미 복잡한 상품명을 없애고 ‘현대라이프 종신보험’처럼 회사명과 상품 종류, 보험 기능 등 3가지만 담도록 정리했다.

최 대표는 “올해는 내부 역량을 키우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차별화한 영업 전략을 마련하기 위해 정태영 사장과도 자주 얘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