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우려에 코스피지수가 재차 1810선으로 후퇴했고, 원·달러 환율은 1180원을 돌파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유로화 약세와 달러화 강세가 이어질 전망인 가운데 환율 안정이 증시 수급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며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했다.

31일 오전 11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23.25포인트(1.26%) 떨어진 1821.61을 기록 중이다. 이틀째 하락해 장중 1810선까지 후퇴했다.

반면 원·달러 환율은 이틀 연속 강세다. 현재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5.05원(0.43%) 뛴 1181.35원에 거래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최근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그리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 등 유럽 재정위기 재점화로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 급격한 유로화 약세 및 달러화 강세 현상이 나타나고 있고 이 같은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30일까지 유로·달러 환율은 -6.34% 급락했고 원·달러 환율은 4.09% 급등했다.

아울러 전날 이탈리아 국채입찰이 당초 목표물량에 크게 못 미쳤고, 스페인 정부의 방키아 자본 확충을 위한 자금지원 요청을 유럽중앙은행(ECB)이 거절했다는 보도가 전해지면서 유로화 하락 압력을 가중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 추가 상승 및 유로화 하락 가능성을 배재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은 "내달 17일 그리스 2차 총선 전까지는 환율 추이가 진정되기 어렵고 다음달 말 유럽은행들의 자본확충 시한과 7월 스페인의 대규모 국채만기를 앞두고 주변국으로의 전이위험이 지속될 것"이라며 "유로화가 꾸준히 하락하고 있는 상황에서 다음달 원·달러 환율이 최고 1200원까지 오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또한 최근 증시 급락을 이끈 외국인 매물 출회에는 이 같은 환율 불안도 작용했기 때문에 증시 수급 안정을 위해선 환율 추이가 관건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지난 1월 외국인 프로그램 차익 매수가 집중된 원인은 선물 고평가와 함께 달러 원·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 증가"라며 "최근 불안한 양상을 보이는 환율이 안정을 찾는 시점이 외국인 차익거래 이탈을 진정시킬 주요 변수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다만 추가적인 원·달러 환율 상승폭이 제한적일 것이란 측면에서 환율 변동으로 인한 급격한 프로그램 매물 출회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점쳤다.

이재훈 미래에셋증권 시황팀장은 "연초 이후 신흥국 주식으로 최대 227억달러가 유입됐지만 4월 이후 현재까지 68억달러가 이탈했다"며 "신흥국 자산으로의 자금 흐름 개선은 달러 급등을 야기한 유로화가 반등할 경우에 실마리가 풀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신흥국 주식과 채권 등 신흥국 자산에 대한 동반 이탈이 발생했다는 점 등에 비춰 신흥국 통화가치 상승 없이는 하반기 신흥국 주식으로의 자금 유입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30일까지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3조7837억원, 코스닥시장에서 743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 총 3조8580억원 매도 우위를 기록했다.

이 팀장은 "미국은 2014년까지 제로금리 유지를 발표했고, 3차 양적완화(QE3) 등 포괄적 경기부양책이 예상되는 시기인 만큼, 유로화 급락에 따른 달러의 상승 모멘텀은 장기간 지속되기 어렵다"며 "하반기께에는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이 재개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