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는 작년 4분기에 전세계 TV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21.2%를 기록하며 처음으로 점유율 20%대에 올라섰다. 2006년 10%에 불과했던 시장점유율이 6년 만에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LCD(액정표시장치) TV 시장점유율은 2006년 소니, 샤프와 비슷한 13% 수준이었다. 그러나 슬림 TV, LED(발광다이오드 ) TV, 3D TV 등 상품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일본 업체들과의 격차를 벌려왔다. 2006년 각각 12%, 11%였던 샤프와 소니의 LCD TV 시장점유율은 각각 5%, 9%로 추락한 상태다.

삼성전자가 소비자의 트렌드를 빠르게 읽어 신속하게 신제품을 출시한 점, LCD 패널사업을 함께 진행하는 덕분에 호·불황에 관계없이 다양한 전략의 구사가 가능했던 점이 성장의 원동력이 됐다.

○프리미엄 TV시장의 절대 강자

2008년 말 삼성전자는 엣지형 LED TV를 출시하며 추가 수요를 창출했다. 선진국을 중심으로 LCD TV 침투율이 일정 수준으로 올라간 시점이었다. 이미 LCD TV에 대한 신선함이 희석된 상황에서 소비자는 색다른 TV를 원하던 상황이었다. LED를 광원(光源)으로 사용하는 TV를 먼저 선보인 건 소니였지만, 가격이 기존 LCD TV보다 너무 비싸 소비자 마음을 붙잡는 실패했다. 삼성전자는 가격을 크게 낮춘 엣지형 LED TV로 도전장을 내밀었고, 2010년 말에는 3D TV를 선보이며 프리미엄 TV 시장의 절대강자로 떠올랐다.

LCD 패널 시장의 세계 1, 2위는 삼성전자와 LG디스플레이다. 그 뒤를 대만 CMI와 AUO, 일본의 샤프가 잇고 있다. LCD TV 시장의 1, 2위 역시 삼성전자와 LG전자이며 일본 소니, 샤프, 파나소닉, 중국 TCL이 뒤를 잇고 있다. LCD패널과 LCD TV에서 한국 가전업체들이 전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최근 6년간 한국업체가 TV산업에서 후발업체와의 격차를 벌리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TV 수요가 많은 시기에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그룹관계사로부터 유리한 가격에 LCD패널을 조달할 수 있었던 반면 일본 업체들은 LCD 패널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가격 경쟁과 점유율 경쟁에서 뒤처지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반대로 TV 수요가 작은 시기에 한국 업체들은 관계사의 LCD패널 구매량을 늘려 관계사의 투자와 기술개발을 지속적으로 지원할 수 있었지만, 대만 LCD패널 업체들은 판로가 막혀 투자와 기술 개발 기회를 놓쳤다. 결국 삼성전자 LCD TV 사업의 강점은 LCD TV 세트와 LCD TV 패널의 조화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향후 TV산업의 화두는 스마트TV가 될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스마트TV에 대한 경쟁력을 상당 분 확보한 상태다. 또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TV 양산에도 들어간다.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합병은 이런 전략을 염두에 둔 포석으로 판단된다.

○OLED 성장성 확보, 애플 등 경쟁사 출현은 리스크

올 7월1일 삼성그룹의 통합 디스플레이 회사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출범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 LCD사업부와 일본 소니의 합작사였던 에스엘시디, 그리고 OLED 전문업체인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가 합친 회사다. 자산 규모 30조5000억원, 자본 규모 22조2000원(별도 재무제표 기준)에 달하는 세계 최대 디스플레이 전문회사로 태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삼성디스플레이의 자회사인 삼성코닝정밀소재(지분율 42.6%)까지 합칠 경우 자산 규모는 더욱 커지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의 기업가치는 28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세부적으로 삼성전자 LCD사업부 가치 6조원, 에스엘시디 2조원,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12조원, 삼성코닝정밀소재 지분가치 8조원으로 분석된다.

삼성이 삼성디스플레이를 출범시킨 가장 큰 이유는 LCD에서 OLED로 바뀌는 상황에서 디스플레이 산업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LCD 사업은 성장성이 둔화되고 있지만 추가 투자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인 만큼 현금창출 능력이 큰 편이다. 반면 지속적인 투자가 필요한 OLED사업은 자체적으로 투자비를 조달하기에 버거운 측면이 있다.

향후 2~3년간 LCD사업은 캐시카우 역할을, OLED사업은 성장 동력 역할을 하게 될 것이란 얘기다. 2~3년 전에 OLED사업이 LCD사업과 공존했다면 OLED사업에 대한 독립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웠을 가능성이 있으며, 삼성그룹의 LED사업이 지금처럼 시장 지배력을 확보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 따라서 OLED사업에 대한 성공 확신이 가시권에 들어온 현 시점에서의 삼성디스플레이 사업 통합은 시의적절하다고 판단한다.

삼성디스플레이 출범의 두 번째 의의는 디스플레이사업의 효율적 투자로 볼 수 있다. OLED 기술은 LCD 기술과 비슷하기 때문에 기존 LCD공장을 OLED 생산라인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투자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

하지만 삼성전자 TV 사업에 리스크가 없는 건 아니다. 애플의 iTV가 있어서다. 아이폰의 등장으로 휴대폰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난 것처럼, TV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애플을 따라잡는 속도는 스마트폰 전쟁 때보다 빠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스마트TV를 오래 전부터 준비해온 만큼 애플을 따라잡는데 소요되는 기간은 길지 않을 것이다.

강정원 <대신증권 기업분석부 연구위원 jeffkang@daish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