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호이안을 가로지르는 투본강은 호수처럼 잔잔했다. 저녁 노을은 고요하던 강물에 잔잔한 파문을 그리며 마지막 열정을 불살랐다. 늙은 뱃사공은 작은 배에 몸을 맡긴 채 청춘을 그리워하듯 해가 지나간 자리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태양은 사라지기 전에 가장 곱게 세상을 물들이고, 나뭇잎은 떨어지기 전에 오래 숨겨 놓았던 색을 내 보인다. 하지만 사람은 저물 무렵 자신의 아름다움을 모른다. 오직 먼 옛날, 그 푸르던 날의 기억에 매달릴 뿐이다. 저 뱃사공은 험한 세월을 이겨내고 조각배에 자신의 마지막 삶을 싣고 있다. 그는 자신이 저 붉은 노을이란 걸 알고 있을까.

신경훈 편집위원 nicerpe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