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프로그램 매물 부담에 발목 잡혀 거래일 기준 나흘 만에 하락 전환했다.

프로그램 매도 물량으로 출회될 수 있는 차익 잔고 부담을 감안하면 '꼬리'가 무거운 상황이어서 6월 쿼드러플위칭데이(지수 선물·옵션, 개별 주식 선물·옵션 만기일)까지 지수는 강한 반등 흐름을 나타내기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30일 오전 10시4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9.08포인트(1.03%) 떨어진 1830.83을 기록 중이다. 장중 1928.83까지 떨어져 1830선을 하회하기도 했다.

차익거래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매물이 출회되며 지수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차익거래는 2147억원, 비차익거래는 680억원 순매도를 기록해 전체 프로그램은 2827억원 매도 우위로 집계됐다.

프로그램은 이날까지 9거래일 연속 순매도 기조를 이어가며 번번이 지수 상승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29일까지 8거래일간 출회된 프로그램 순매도 규모는 2조2944억원에 이른다.

지난 17일 선·현물 가격차인 베이시스의 일 평균 수치가 백워데이션(-)으로 돌아서면서 지수선물과 현물 간 가격 차를 이용해 무위험 수익을 쫓는 차익거래를 통해 매물이 본격적으로 출회되기 시작했다. 현재 일 평균 베이시스는 -0.58포인트, 이론 베이시스는 0.38포인트를 기록 중이다.

또한 그리스 디폴트(채무불이행)와 그리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우려로 유럽계 자금의 국내 증시 이탈이 이어지면서 코스피200 주요 종목으로 바스켓을 만들어 거래하는 비차익거래를 통해서도 매물이 연일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 매물은 6월 쿼드러플위칭데이 전까지 꾸준히 흘러나와 증시에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호상 한화증권 연구원은 "백워데이션 경향이 강화되면서 차익거래를 통해 대거 매물이 출회됐고, 당분간 백워데이션 기조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연말 배당 관련해 그동안 쌓여 매물로 출회될 수 있는 프로그램 차익매도 잠재 물량이 4조원 가량에 달해 추가적인 매물 출회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박문서 KTB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이날 베이시스 0.30~0.40포인트 수준에서 형성된 차익잔고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럽 재정위기 관련 불확실성 등 대외변수들을 고려하면 6월 쿼드러플위칭데이까지는 매물이 출회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KTB투자증권에 따르면 베이시스 0.30~0.40포인트 구간에서 형성된 차익잔고는 2500억원 수준이며, 0.20~0.30포인트 구간의 경우 1조3400억원, 0.10~0.20포인트 구간 2조원 등의 차익잔고가 대기한 상황이다.

따라서 코스피지수가 추가적으로 반등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선 외국인의 비차익 매수세가 재개되면서 베이시스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호상 연구원은 "외국인의 선물 대량 매수에 따른 베이시스 안정, 환율 변동성 개선 등의 신호가 나타나면서 프로그램 롤오버(이월) 조건이 호전될 지 주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