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LG, 무선충전기술 표준 전쟁
삼성과 LG가 또 하나의 표준싸움을 시작했다. 정보기술(IT) 업계의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휴대폰의 무선 충전기술을 두고서다. 무선 충전기가 휴대폰 외에 가전제품과 전기자동차로 확대 사용될 가능성이 높아 양사는 한 치도 물러서지 않을 태세다.

LG전자는 자체 개발한 무선충전 기술(사진)이 무선충전협회(WPC) 정기회의에서 국제표준인 ‘치(Qi·氣)’ 규격으로 승인받았다고 29일 발표했다. LG가 택한 표준은 별도 연결선 없이 휴대폰을 거치대(패드)에 올려 놓으면 충전되는 자기장 유도 방식이다. LG는 작년 5월 미국에 LTE(롱텀에볼루션) 스마트폰 ‘레볼루션’을 내놓으면서 이 방식을 적용한 무선 충전기를 선보였다.

오는 8월 출시할 차기 스마트폰에는 충전 효율과 속도를 유선 충전기 이상으로 개선한 무선 충전기를 내놓을 방침이다. LG 스마트폰과 무선 충전기는 WPC 표준을 획득한 다른 기종과 호환해 쓸 수 있다. LG가 빨리 가는 ‘속공법’에 힘쏟고 있는 것과 달리 삼성은 제대로 하는 ‘정공법’을 택했다. 삼성전자는 휴대폰을 거치대에 올려 놓을 필요 없이 무선 충전기 근처에만 두면 여러 대가 자동으로 충전되는 공진(공명) 방식을 표준으로 정했다.

LG의 자기장 유도 방식에 비해 편리하고 앞선 기술이지만 아직 상용화되지 않아 WPC 규격이 없다. 이 때문에 삼성은 지난 8일 공진 방식 보급을 앞당기기 위해 퀄컴과 SK텔레콤 등과 무선충전 연합인 ‘A4WP’를 설립했다. 김기호 삼성전자 DMC연구소장(부사장)은 “A4WP는 무선 충전기술의 상용화와 시장 확대를 주도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핵심 기술 개발과 표준화에 앞장서고 모바일 생태계 구축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 업체별로 휴대폰 한글 자판과 유선 충전기 표준이 달라 소비자 불편을 초래했다”며 “무선 충전기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업체들 간 협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인설/이승우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