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김성수씨가 '한국판 워렌 버핏'을 꿈꾸며 가구업체 팀스의 경영권 인수에 나섰다.

개인투자자가 경영 참여를 목적으로 주식을 매수하는 경우는 종종 있지만 경영권 인수까지 고려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김 씨는 경영권을 인수한 뒤에는 자문사 등 팀스를 금융투자회사로 변화시킬 계획을 갖고 있다.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김 씨는 팀스 지분 7.10%(14만1890주)를 보유 중이다. 김 씨는 최근 팀스의 지분을 각각 7.35%, 6.25%씩 보유 중인 해외 펀드 'SSB-FE OVF', 'FIDELITY LOW PRICED STOCK FUND'에도 지분 인수를 제의했다. 해외 펀드 측에서 매각 의향을 보이면 그 뒤 가격을 협상할 예정이다.

김 씨는 이날 기자와 전화통화에서 "두 해외 펀드 이외에도 팀스의 지분을 5% 미만으로 보유하고 있는 펀드가 여러 곳 있다"며 "팀스는 거래량이 적은 종목이라 장내 매수보다는 '블록딜'(대량매매)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씨가 팀스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달께부터다.

팀스는 올 1분기말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만 112억원인대 시총이 200억원대에 불과하다는 데에 투자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팀스가 공공조달시장에서 퇴출되면서 주가가 하락하는 것을 보고 기회라고 판단했다"라며 "이달 초 주가가 하한가까지 떨어졌을 때 매입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팀스는 본래 지난해 1월 퍼시스로부터 분할, 신설된 회사다. 퍼시스는 대기업의 공공조달시장 참여 제한을 피하기 위해 팀스를 신설했으나 결국 공공조달시장에 살아 남지 못했다. 팀스는 지난 2일 통과된 '중소기업 제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 따라 내년 1월 1일부로 공공조달시장 참여가 제한된다.

팀스의 공공조달시장 참여가 불가능해지자 이전 최대주주인 손동창 퍼시스 대표이사는 보유 지분을 장내에서 매도하거나 팀스 우리사주조합 등에 대거 넘기기 시작했다. 손 대표이사는 지난 3월 30일 보유 지분이 4.99%라고 마지막으로 신고했다. 이에 따라 팀스의 최대주주는 팀스 우리사주조합(18%)이 됐다. 최대주주 측의 지분은 특별관계인을 합쳐도 27.03%에 불과하다.

김 씨는 "팀스의 본업은 성장하기 힘들지만 매년 자본 대비 이익률이 상당해 금융투자회사로 변모하면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것이 바로 워렌 버핏식 투자 아니냐"라고 자신했다.

그는 스스로를 '전업투자가'라고만 밝혔다. 금융업계 출신은 아니지만 약 20년간 전업투자자로서 증권시장을 봐왔다고 말했다. 김 씨는 "그동안 삼성전자 많이 보유했는데 최근 고점에서 매도한 뒤 그리스 악재로 금융시장이 계속 불안할 것 같다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대형주보다는 특수한 악재가 발생한 팀스에 주목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팀스를 인수하더라도 대규모 배당이나 청산은 아직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김 씨는 "처음으로 경영 인수 의사를 밝힌 것"이라며 "일단 외국 펀드의 답변을 기다리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회사와 대립각을 세울 생각은 전혀 없다"라며 "경영권 인수와 함께 제시한 자사주 소각, 100% 무증 등은 이미 회사 측에 제의한 바 있다"라고 덧붙였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