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경영硏 리터매너스 과정 등록
한주에 3일은 대학·기업서 강연
“요즘 벤치마킹이라는 단어가 언론에서 사라졌죠? 왜 그런지 아세요? 그건 제조업 시대에나 통하던 단어이기 때문이에요. 이제 대세는 ‘문화산업’입니다.”
1977년 삼성에 입사해 삼성물산 인터넷사업부문 이사를 거쳐 1999년 ‘옥션 신화’를 일궜던 이금룡 회장(60·사진)의 얘기다. 2003년 이니시스, 2005년 넷피아에 이어 미술품 경매사이트인 오픈옥션까지, 그는 국내 온라인 비즈니스 ‘1세대 맏형’이라는 별명에 걸맞게 2007년 사재를 털어 코글로닷컴을 설립했다. 코글로닷컴은 해외 한인기업과 국내 중소기업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비즈니스 포털이다.
요즘 시(詩)에 푹 빠져 산다는 이 회장을 최근 서울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만났다.
“‘리터매너스 CEO(최고경영자) 과정’을 듣고 있죠. 시 쓰는 재미가 아주 쏠쏠해요. 얼마 전에는 ‘사진’이란 주제로 습작도 했는데 칭찬을 받았습니다. 하하.” 지난 3월 문을 연 문학경영연구원의 리터매너스 CEO 과정은 유안진 오세영 도종환 등 유명 시인들이 CEO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리터매너스(Litermanus)는 문학(Literature)에 경영(Management)의 어원인 ‘Manus’를 합친 신조어로 ‘문학경영학’이라는 뜻.
“1주일에 최소한 3일은 대학이나 기업으로 강연을 다녀요. 그런데 요즘은 강연 주제가 거의 ‘예술’입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예술과 경영에 관한 이야기지요. 예술, 특히 시와 경영은 공통점이 많아요. 인간의 희로애락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시를 읽다보면 경영이 보입니다. 경영이 별겁니까. 고객들이 어떤 것을 보고 즐거워하고 분노하는지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이 가장 중요한 거예요. 문화산업은 사람들의 희로애락 그 자체가 대상인 비즈니스고요.”
5년 전 새로 시작해 이제는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코글로닷컴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삼성에서 20년 이상 유통 관련 일을 하다가 옥션이라는 벤처 IT(정보기술) 회사를 맡아 키운 나예요.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을까를 고민하다보니 머릿속에 ‘백열등’이 켜졌죠. 말하자면 시의 연상작용이 일어난 겁니다. 유통과 벤처, 그리고 IT를 합쳐서 회사를 차려보자 했던 것이 바로 코글로닷컴이에요.”
인터뷰 분위기가 무르익자 노래를 한 곡 들어보라며 스마트폰을 꺼낸 이 회장.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매일 아침 듣는 노래라며 ‘시인과 촌장’의 ‘가시나무’를 틀어놓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노랫말 정말 예술이지 않습니까. 세상살이는 물론이고 경영자나 직원들도 이래야 합니다. 서로 이런 마음을 갖고 살면 싸울 일이 뭐가 있겠어요.”
숱한 이력의 이 회장에게 최근 또 다른 ‘감투’가 씌워졌다. 이달 초 영산대 석좌교수로 임명된 것. 2학기부터 강의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 회장에게 “이제 쉬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다. “어느 TV프로그램에서 가수 송창식 씨가 나와서 그러더군요. 고승 되면 참선 안 합니까. 시인이 시 한편 잘 썼다고 시인 그만두는 게 아니잖아요. 경영자도 마찬가지예요. 경영자는 예술가의 또 다른 이름이니까요.”
백승현 기자 arg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