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입사하고 처음 받았던 월급을 아직도 똑똑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3만2000원이었습니다. 일당도 아니고 월급이 3만2000원이었으니 답답한 노릇이었겠지만 저는 조급해하지 않았습니다. 한두 달이 아니라 수십 년을 내다보고 시작한 일이었으니까요.”

올해 LIG손해보험 골드멤버 시상식에서 영예의 매출대상을 차지한 전남 순천지역단 여천지점 심순희 LC(LIG 컨설턴트·56). 그는 보험 인생 최고의 순간에 ‘초심(初心)’을 떠올렸다. 바로 고객에 대한 평생 만족 서비스다. 심씨가 비단 이 자리에서만 초심을 생각한 것은 아니다. 영광스런 자리가 올 때마다 그랬다. 입사 8년 만에 처음으로 골드멤버가 됐을 때도, 10년 연속 골드멤버에 선정되면서도 마찬가지였다.

골드멤버란 한 해 동안 탁월한 보험영업 능력을 보인 LIG손보의 영업가족에 부여되는 칭호다. 매출부분 신인부분 증원부분 특별상 등 4개 부문으로 수상자가 선정된다. 올해는 323명에게만 골드멤버 타이틀이 주어졌다. 그리고 단 한 자리 매출대상은 심씨의 몫이었다.

실제로 그의 영업성과는 탁월하다. 작년 한 해 거둔 매출은 28억원이었다. 수입은 3억7000만원에 달한다. 그가 보유하고 있는 고객은 2000명을 헤아린다. 심씨는 이 같은 성과를 낼 수 있는 원동력으로 꼼꼼한 메모 습관을 첫 번째로 꼽았다. 그는 “고객과의 상담 내용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노트에 적는다”며 “노트에 담긴 내용은 고객에게 가장 알맞은 상품을 추천하거나 설계하는 등 고객 서비스에 고스란히 반영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메모하는 모습을 보고 고객들이 더 신뢰를 가져주시는 것 같기도 하다”며 웃었다.

심씨의 책상에는 수십 권의 메모 노트가 가득 놓여 있다.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그만의 ‘보물 1호’다. 노트를 빼곡히 채운 메모의 양만큼 고객과 보험계약도 함께 늘어난다는 것이 심씨의 지론이다.

그의 메모 노트는 시련의 시기에 큰 힘이 되기도 했다. 그는 2000년 중반 갑작스레 암 진단을 받았다. 갑상샘암이었다. “한창 보험영업에 빠져 있던 시기였는데 예상치 못한 불운이 찾아왔습니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습니다. 겁도 많이 나고 의기소침해져 일을 포기할까 고민했는데 그때 제 눈에 들어온 것이 메모 노트들이었습니다.”

심씨는 메모 노트를 바라보며 자신을 믿고 보험에 가입해준 고객들을 떠올렸고 다시 마음을 굳게 다잡을 수 있었다. 고객 서비스를 위해 애지중지 모아왔던 메모 노트가 새로운 인생의 힘이 돼준 것이다.

그는 올해 매출대상에 만족하지 않고 더 큰 꿈을 향해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심씨는 “매출 얼마, 수입 얼마 식의 목표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고객 만족에 최선을 다했느냐가 중요하다”며 “모든 고객이 100% 만족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