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드만삭스 4년 만에 日부동산 투자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일본 도심에 있는 오피스 빌딩을 사들이기 위한 펀드를 올 하반기에 조성한다. 골드만삭스가 일본 부동산에 투자하는 것은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2008년 이후 4년 만이다. 연금과 기금 등으로부터 자금을 모아 1000억엔(1조4000억원) 규모의 일본 부동산 전용 펀드를 꾸린다는 방침이다.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부동산시장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미국계 펀드 등을 중심으로 투자가 살아나는 분위기다. 대도시 상업지역 땅값이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확산된 결과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25일 “올 하반기부터 부동산 시세가 호전될 것이라는 전망이 늘어나면서 해외 투자자들이 일본 부동산 투자를 늘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골드만삭스의 투자 재개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그동안 일본 부동산에 가장 많이 투자한 금융회사이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는 1997년 이후 총 1조엔(14조원)어치가 넘는 일본 부동산을 사들였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로 부동산 가격이 폭락하면서 추가 투자를 중단했다.

미국 대형 투자펀드인 TPG캐피털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올초 도쿄지역 아파트 개발회사의 지분을 취득했고, 이를 발판으로 앞으로 2~3년간 500억엔가량을 일본 부동산시장에 투입할 계획이다. 미국 부동산 투자회사인 라살인베스트먼트도 최근 오사카의 복합 레저시설 지분을 사들이는 등 투자 규모를 늘리고 있다.

외국계 부동산투자신탁(REIT)은 한발 앞서 작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일본 부동산 투자에 나섰다. 작년 외국계 REIT의 일본 내 부동산 취득액은 7144억엔으로 전년 대비 33% 증가했다. 부동산 경기가 크게 위축됐던 2009년에 비해서는 3배가량 늘어난 규모다.

해외 투자자들의 입질이 활발해진 가장 큰 원인은 일본 부동산 가격이 바닥을 쳤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도쿄 오사카 나고야 등 일본 3대 대도시 상업지구의 지난 1월 기준 공시지가는 전년 대비 1.6% 하락하는 데 그쳤다. 작년 하락폭은 2.5%였다. 2007년 이후 40%가량 떨어졌던 오피스 빌딩 임대료도 최근 들어 조금씩 오르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해 부동산시장의 수익성이 높다는 것도 투자가 늘어나는 원인이다. 임대수익에서 자금조달 비용을 뺀 실질 운용수익률은 일본이 연 5.12%로 홍콩(1.77%) 싱가포르(2.07%) 등 경쟁 지역에 비해 높다. 올해부터 동일본 대지진 관련 재해복구비가 본격적으로 풀린다는 것도 부동산 투자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도쿄 오테마치의 고층 빌딩 ‘퍼스트 스퀘어’에 중국 통신업체 화웨이가 입주하는 등 해외 실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니혼게이자이는 “일본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작년에 비해 대부분 좋아질 전망이어서 오피스 빌딩을 중심으로 부동산시장이 점점 활기를 띨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도쿄=안재석 특파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