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믿을 만한 투자자산은 미국 국채뿐이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 핌코 최고투자책임자(CIO·사진)가 내놓은 분석이다. 그리스의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탈퇴가 현실화돼 금융시장의 불안이 증폭되면 자금이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쏠릴 것이란 얘기다.

그는 24일(현지시간)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와의 인터뷰에서 “주식이나 원자재 등 위험자산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결국 미국 국채로 흘러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국채가 ‘최후 안전자산’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그로스는 “미국 역시 막대한 재정적자를 안고 있으며 연말이면 벼랑 끝에 몰릴 정도로 큰 혼란이 예상되지만 (미국은) 더러운 셔츠들 가운데 그나마 가장 깨끗한 셔츠”라고 설명했다.

그로스는 “현재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가 연 1.75% 수준으로 추락했지만 글로벌 경제위기가 계속되면 금리는 더 떨어지거나 적어도 현 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와 반대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은 고평가돼 있지만 갈 곳 없는 돈이 몰리면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로스는 또 글로벌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뿐만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리스는 현재 주목받고 있는 (상징적인) 변수일 뿐”이라며 “과도한 부채와 그에 따른 디레버리징(부채 축소) 등 글로벌 경제위기는 계속 진행형”이라고 진단했다. 금과 원유, 주식 등의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것도 위기를 보여주는 것이라는 설명이다.

그로스는 지난해 세계 경제가 회복될 것으로 보고 투자자들에게 미국 국채에 투자하지 말라고 권고했다. 직접 운용하는 펀드가 보유 중이던 미국 국채도 내다팔았다.

그러나 하반기 유럽 재정위기가 심화됐고, 미국 국채 가격은 계속 올랐다. 이로 인해 펀드 수익률이 나빠지자 그는 올해 초 미국 국채를 사야 한다고 입장을 바꿨다.

국채 가격이 더 오를 것이라고 보는 사람은 그로스뿐만이 아니다. 글로벌 경제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자 JP모건체이스, 도이체방크 등은 미국 국채 금리가 연 1.5%까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그러나 한편에서는 투자 위험을 경고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30년간 이어져온 국채 랠리가 끝날 때가 됐다는 것. 유럽 재정위기 우려가 완화되고 미국 경제 회복세가 다시 탄력을 받으면 국채 금리가 얼마든지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