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명품이든 마니아 단계에 접어들면 ‘소중한 내 물건’을 보관하는 공간에도 관심을 쏟게 된다. 시가 마니아들이 시가 휴미더를, 와인 애호가들이 와인셀러를 들여놓는 이유다. 최근에는 고급 시계 마니아가 늘면서 오토매틱(기계식) 시계 보관함인 ‘워치 와인더(watch winder)’가 주목받고 있다.

오토매틱 시계는 계속 착용하지 않으면 멈추게 된다. 하지만 워치 와인더에 보관하면 시계를 빙글빙글 돌려주기 때문에 멈추지 않는다. 시계 속 부품의 원활한 상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여러 개의 시계가 은은한 조명을 받으며 빙글빙글 도는 모습은 장식용으로도 한몫한다.

저가 워치 와인더는 인터넷몰에서 10만원 안팎에 살 수 있지만 주문 제작하는 고급 수입품은 시계값보다 비싼 수백~수천만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워치 와인더의 명품으로 꼽히는 전문 브랜드는 오스트리아 ‘부벤&줴르벡’이 대표적이다. 깔끔한 정사각형의 ‘벤티지’(400만원대), 스포츠카 디자인의 ‘팬텀’(800만원대) 등 1000만원 이하 제품이 많이 팔린다. 서울 압구정동 갤러리아명품관에 전시된 부벤&줴르벡의 ‘파이톤 코노아서’는 시계와 함께 시가 와인까지 보관할 수 있는 최고급 사양으로 가격이 6890만원에 이른다.

일부 명품시계 브랜드는 서비스 차원에서 워치 와인더를 제공하기도 한다. 시계의 최강자로 꼽히는 파텍필립은 이달부터 우수고객(VIP)에게 100만~400만원 상당의 스위스 ‘스카톨라’ 워치 와인더를 증정하고 있다. 해리윈스턴도 고가 제품을 구입하면 100만원짜리 영국 ‘라포트’ 워치 와인더(사진)를 준다.

김필도 갤러리아명품관 시계담당 바이어는 “고급 시계를 찾는 소비자는 할인·상품권 같은 혜택보다 남들이 가질 수 없는 특별한 워치 와인더를 함께 받을 때 더 만족스러워한다”고 전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