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의 창 W] 우리금융 매각 관전 포인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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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민영화의 역사는 13년 전 한빛은행의 탄생에서 시작됩니다.
외환위기 이후 거액의 공적자금이 들어간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이 합쳐 한빛은행이 되면서 지금의 우리은행이 생겼습니다.
우리금융지주는 지난 2001년 3월 정부 지분 100%로 설립됐습니다.
그로부터 6년 후, 우리금융 지분 매각 기본계획이 마련됐습니다.
이후 우리금융의 민영화 얘기는 정권마다 나왔습니다. 하지만 항상 유야무야되면서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100%에 이르렀던 우리금융의 정부 지분율은 블록세일을 통해 56.7%까지 낮아졌습니다.
우리금융의 첫 매각작업은 지난 2010년 7월 공식적으로 시작됐습니다.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를 위해 우리금융지주와 계열 지방은행을 분리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11곳이나 입찰참가의향서를 접수했지만, 일부가 예비입찰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민영화는 중단됐습니다.
투자자가 2명 이상 나타나야 하는 유효경쟁이 성립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중단된 우리금융 민영화는 지난해 5월 다시 추진됐습니다.
이번에는 우리금융을 자회사와 함께 일괄 매각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예비입찰 마감 결과,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한 곳만이 제안서를 제출하면서 또 다시 유효경쟁 요건을 채우지 못했습니다.
입찰 의사를 보였던 사모펀드 2곳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두번째 민영화도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두 번이나 실패했던 우리금융 민영화가 다시 추진되고 있습니다.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M&A로 불리며 시장의 관심을 한 눈에 모으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
우리금융을 사기 위한 전쟁이 아닌 팔기 위한 전쟁이 이제 시작됐습니다.
앞서 봤듯이, 우리금융 민영화는 두번이나 실패했다. 3번째인 만큼 정부도 복안이 있을텐데, 달라진 점은 뭔가?
두 번의 민영화는 모두 유효경쟁이 안되서 실패했다.
당연히 3차 매각의 초점은 `흥행`에 맞춰질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번 3차 매각은 자격을 갖춘 투자자가 2명 이상 나타나도록 하는 데 중점을 뒀다.
이를 위해 정부, 정확히 매각작업을 주관하는 공적자금위원회는 2가지 당근을 제시했다.
첫째는 민영화 이후 예금보험공사가 우리금융 최대주주로 남더라도 경영권을 넘기겠다는 것이다.
둘째는 합병 방식을 허용한 것인데, 합병 방식이 다양해지면 투자자들이 많아질 것이라는 판단이다.
특히 상법 개정으로 흡수합병시 존속회사가 소멸회사 주주들에세 신주 대신 현금을 줄 수 있도록 된 점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합병은 인수처럼 지분을 95% 이상 사들이지 않아도 되고, 자금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장점이 있다.
정부가 이런 카드를 제시했는데, 현재 상황은 어떤가?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지금 시점에서 인수할 수 있는 후보가 극히 제한적이라고 보고 있다.
우리금융은 자산이 400조원에 달하는 현재 국내 최대의 금융그룹이다.
이런 매물을 소화할 수 있는 곳 많지 않다. 역시 금융지주사 뿐이다.
하지만 여건이 안좋다.
산은금융지주는 현재 기업공개, IPO를 추진하면서 일단 후보에서 멀어졌다.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을 인수한터라 여력이 없다.
신한금융지주 역시 전혀 인수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유일한 후보이자 강력한 후보가 바로 KB금융지주인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이미 인수는 돈이 없어 어렵다고 했고, 합병 역시 정부 지분을 1주도 갖지 않겠다고 밝히면서 사실상 거부했다.
또 합병을 한다고 해도, 60%를 넘는 외국인 주주들이 찬성할 지도 의문이다.
다음으로는 국민주 방식을 통한 우리금융의 자체 민영화가 있다.
특히 이 부분은 우리은행 노조에서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민주 방식은 이미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불가능하다고 일축한 바 있다.
그래도 금융당국의 수장은 계속 흥행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데, 뭔가 있는 게 아닌가?
그렇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아무것도 없이 이렇게 일을 추진하지는 않았을 걸로 보는 시각이 있다.
여기서 제기되는 것이 바로 사모펀드의 역할론이다.
최근 김석동 위원장은 우리금융 매각작업에서 사모펀드에 차별을 두지 않겠다고 밝혔다. 당연한 말이지만 의미가 있다.
지난해 2차 매각에서도 MBK파트너스와 보고펀드, 티스톤 등 3곳의 사모펀드가 우리금융에 관심을 보였다.
MBK파트너스는 컨소시엄을 구성해 유일하게 예비입찰에 참여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이번 3차 매각에서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3곳 모두 참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이 이끄는 키스톤 사모펀드도 출사표를 던졌다.
외형상으로는 사모펀드만으로도 충분히 유효경쟁 구도가 펼쳐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사모펀드가 단독으로 우리금융을 인수할 수 있느냐는 거다.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생각할 때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부분은 전문가의 얘기를 한번 들어보겠다.
장범식 숭실대학교 경영학부 교수
"국내 최대은행을 사모펀드에 파는 것은 사모펀드 자체가 3~5년 내에 지분 재매각을 다시 모색해야 한다는 점에서 부정적으로 본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지금 상황에서 사모펀드 외에 우리금융을 인수할 수 있는 마땅한 주체가 없다는 점이다."
장 교수의 말처럼 사모펀드에 매각될 경우 국내 최대의 금융회사를 몇년 안에 다시 매각해야 한다. 사회적인 손실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대목이다.
하지만 사모펀드의 인수가 금융지주사 주도로 이뤄진다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사실 우리금융은 단독으로 사기엔 너무 비싸고 덩치가 크다. 어차피 다시 쪼개 팔아야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그러니까 국내 금융지주사와 사모펀드, 그리고 작은 금융사들이 합쳐 인수하고. 나중에 나눠갖는 방식이 가능하다는 거다.
특히 금융지주사가 경영권을 가지고, 사모펀드는 FI,즉 재무적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렇게 되면 금융당국과 주저할 이유가 사라진다.
이 부분은 M&A 시장 전문가의 말을 한번 들어보자.
금융권 관계자 (음성변조)
"김석동 위원장이 사모펀드도 허용하겠다고 말한 상황이어서 모든 지주사가 가능하죠, 우리금융 인수하려면 7조 정도 들텐데, 사모펀드가 4~5조 가져오면 지주사들은 합병 가격에 필요 부분만 인수할 수 있거든요. "
사모펀드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은 차치하고 라도, 이번 우리금융의 매각의 흥행이나 실제 성사여부에 있어 사모펀드의 역할이 주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예를 들어보자. 어떤 시나리오가 가능한가?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를 그려보자. 강력한 후보인 KB금융과 사모펀드가 손을 잡는 경우다. 물론 다른 금융사들도 참여할 수 있다.
사실 KB금융은 우리은행이 가진 수많은 점포들이 필요없다. 필요한 건 우리투자증권과 우리은행이 가진 기업금융 부문 뿐이다. 이 부분이 KB금융이 약한 부분이다.
그러니까 KB금융이 주도해 사모펀드와 우리금융을 인수해 필요한 부분은 KB가 가져가고 나머지는 상품을 다듬어 다시 매각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KB금융이 우리금융 인수나 합병이 어렵다고 밝혔던 이유가 모두 충족된다. 어윤대 회장이 말한 시너지도 낼 수 있다.
여기에 다른 금융사들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해 필요한 부분을 가져가는 방식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지방은행인 경남은행이나 광주은행의 경우, 부산은행이나 대구은행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이디어 만으로 본다면, KB금융이 우리은행의 소매금융 일부를 점포가 필요한 산업은행에 다시 매각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일단 매각 후에는 정부가 간섭할 수 없기 때문에 이익에 따라 모든 시나리오가 가능해진다.
특히 예비입찰제안서 접수까지 2달이 넘는 시간이 남았다는 점에서 다양한 조합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시나리오다. 생각보다 복잡해질 수도 있다.
그래도 분명한 건 관전포인트는 `사모펀드`의 움직임에 있다는 점이다.
나중 문제긴 하지만 국내 금융지주사 우리금융을 인수한다면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다분하다.
독과점 이슈도 간단히 살펴보자.
그렇다. 금융지주사가 우리금융을 인수할 경우, 특히 은행 부문에 독과점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공정위의 심사에 따라 인수를 못하게 될 가능성도 있는 겁니다.
KB금융이 우리금융과 합병한다는 얘기가 나오자 마자 시장에서 바로 이 독과점 문제가 나오기도 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경우와는 달리, 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모두 원화자산 비중이 높기 ��문에, 합병할 경우 소매금융 부문에서 점유율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대략적으로 볼 때, 여·수신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이 40%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공정위 심사과정에서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 부분도 금융지주사 입장에서는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번 우리금융 민영화를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들 중에는 정치적인 이슈를 꼽는 사람이 많다. 이 부분은 어떤가?
우리금융의 연내 민영화가 어려운 또 하나의 이유는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점이다.
현재 새누리당을 제외한 야 4당이 민영화를 반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민주통합당의 경우 박지원 비대위원장이 현 정권에서의 우리금융 민영화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는 우리금융 민영화에 반대하는 금융노조가 민주통합당과의 공감대를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물론 국회가 당장 매각절차에 지장을 줄 수는 없습니다. 직접적인 타격은 없지만 국회가 열리면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곤혹스러울 정도의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
대선을 앞두고 노동계의 표는 중요하다. 여당인 새누리당도 대놓고 우리금융 민영화를 찬성할 수도 없는 상황이다.
내심 이명박 정부에 우리금융 민영화라는 업적을 넘기기 싫을 수도 있다.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명확히 드러난 매수자도 없고, 여론도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정치권 압박까지 풀어야 하는 상황이 됐다.
김민수기자 ms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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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기자 mskim@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