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기 가계 빚이 2009년 1분기 이후 3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 관련 대출 증가세가 주춤한 데다 연초 기업들의 상여금 지급으로 대출 수요가 줄어든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행이 24일 발표한 ‘1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가계 신용 잔액은 911조4000억원으로 전분기 말에 비해 5000억원 감소했다. 분기별로 가계 빚이 줄어든 것은 2009년 1분기 3조1000억원 감소한 이후 3년 만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도 지난해 3분기 이후 세 분기 연속 증가세가 둔화한 모습이다.

조용승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연초 상여금 지급이라는 일회성 요인이 있긴 했지만 주택 경기 부진으로 신규 대출 수요가 줄어든 것이 가장 큰 요인”이라며 “신용카드 사용 실적이 감소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가계대출 구성 부문 중 은행 상호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받은 대출은 857조8000억원, 카드론이나 할부 등과 관련된 판매신용은 53조6000억원이었다. 지난 1분기 동안 가계대출은 6000억원 증가한 반면 판매신용은 1조2000억원 감소했다. 특히 은행 가계대출은 1분기 중 2조7000억원 줄며 가계대출 감소를 주도했다. 반면 비은행권 가계대출은 2000억원 증가했으며 연기금 증권사 한국장학재단 등 기타 금융기관 대출도 3조1000억원 늘었다.

하지만 가계 부채가 여전히 910조원을 넘고 있는 데다 제2금융권 대출이 증가하고 있는 점은 부담으로 지적된다.

최병두 우리투자증권 연구위원은 “풍선효과로 인해 은행권에서 줄어든 가계대출이 보험사나 상호금융 등 2금융권으로 옮겨가는 양상”이라며 “신용이 낮은 사람들의 ‘대출 갈아타기’가 늘고 있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