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M클래스 디자인 주인공은 한국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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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디자인 총괄 휴버트 리 "차기 모델도 제 손 거쳤죠"
지난 22일 오후 8시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 전당’. 피아노 20대가 만들어낸 웅장한 선율에 맞춰 한 남자가 하얀 도화지에 거침없이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10여분 뒤 금방이라도 움직일 듯 생생한 신형 벤츠 M클래스가 완성되자 곳곳에서 탄성이 터져나왔다.
그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미국 캘리포니아 디자인 스튜디오 총괄 책임자 휴버트 리(39·미국 국적·사진)다. 한국 이름은 이일환. 23일 국내에 출시한 3세대 M클래스 디자인을 맡았다.
입사 후 8년 만인 2010년 다임러에서 동양인 최초이자 최연소 디자인 총괄 책임자가 됐다. 미국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20여명의 디자이너가 그의 지휘 아래 일한다. “미스터 리가 ‘No’하는 디자인은 빛을 보지 못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지금은 ‘잘 나가는’ 디자이너지만 탄탄대로만 거쳐온 것은 아니다. 그는 학창시절 ‘왕따(집단 따돌림)’를 당했고 대학입시에 실패한 ‘루저’라고 스스로를 소개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초등학교 6학년 때 한국에 왔는데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했어요. 미술을 하고 싶어 서울대 미대에 지원했는데 떨어졌습니다. ”
결국 미국 유학을 선택했다. 미국 동부 로드아일랜드 미대를 거쳐 자동차 디자인 최고 명문인 패서디나 아트센터(ACCD)에 들어갔다.
그는 성공비결로 ‘헝그리 정신’을 꼽았다. “미국에서 활동하는 자동차 디자이너만 1000명이 넘어요. 살아남으려면 실력은 기본이고 헝그리 정신이 있어야 합니다. ”
그는 올해와 내년 모터쇼에 선보일 컨셉트카 2종과 연내 출시할 GL클래스를 준비 중이다. 수많은 경쟁작 중 그가 출품한 디자인이 최근 벤츠의 차기 디자인으로 채택됐다. “2015년 우리 스튜디오에서 디자인한 차가 양산됩니다. 기존 벤츠에 없었던 새로운 디자인과 세그먼트의 모델입니다. 제 색깔을 담은 벤츠가 탄생하는 것이죠.”
부산=전예진 기자 ac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