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광서 바이오 디젤·의약품 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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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출수서 미세조류 양산…KIST 연구팀 기술 개발
폐수 처리한 찌꺼기로 황토벽돌·나노철 제조
폐수 처리한 찌꺼기로 황토벽돌·나노철 제조
22일 강원 강릉시 망덕봉 인근의 영동탄광. 이른 아침인데도 폐광 주변이 북적였다. 최재영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천연물소재센터 연구원 팀이 각종 장비로 탐사 및 연구활동을 벌였다. 연구팀은 충북 보은군과 공동으로 7~8월께 폐광에서 채집한 미세조류를 대량 생산할 계획이다. 방치됐던 폐광을 정화하는 한편 자원보고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그린 프로젝트’다.
◆미세조류 이용 바이오 디젤 생산
5000여곳의 국내 폐광산 중 제대로 관리가 되고 있는 곳은 1%에도 못 미치는 40여곳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은 인공연못을 만들어 탄광에서 흘러나오는 갱내수와 침출수의 오염성분을 자연 침하시키는 데 그치고 있다.
KIST 연구팀의 성과는 방치된 폐광을 관리의 대상이 아니라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폐광 자원 중 활용 가치가 가장 높은 게 미세조류다.
2007년부터 임광탄광에서 정화기술을 개발해온 연구팀은 산성수인 광산 침출수에서만 서식하는 신균주 15종을 발견했다. 이들은 폐수의 이산화탄소를 정화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내는 것뿐만 아니라 일반 식물의 두 배에 가까운 69%의 지질을 함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질은 식물성 기름의 성분으로 이를 이용하면 사탕수수, 팜유 등 기존 식물보다 적은 양으로도 많은 양의 바이오 디젤을 뽑아낼 수 있다. 미세조류를 이용해 광산 폐수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고 동시에 여기서 자란 조류로 바이오 디젤을 생산하는 프로젝트다. 한 번에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얘기다.
최 연구원은 “척박한 환경에서 사는 고랭지 한우에서 맛 좋은 마블링이 나오는 것처럼 폐광 미세조류도 어려운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많은 지질을 만들어 내는 것”이라며 “여름부터 보은군과 하폐수와 축산폐수를 이용해 폐광에서 채취한 미세조류를 대량 생산하는 시범 사업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폐광 미세조류는 의학 분야 연구에도 활용되고 있다. 연구팀은 국립수산과학원 등과 함께 폐광 미세조류에 함유된 특수 성분을 분리해 비만, 당뇨 개선 효과를 갖는 의약품을 개발하는 연구도 시작했다.
◆오염물질로 오염물 재처리
폐광 주변의 하천수는 철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붉은색을 띤다. 연구팀은 여기서 분리한 철을 이용해 폐암을 유발하는 비소를 제거하는 기술을 개발, 관련 특허까지 취득했다. 산성수인 폐광 침출수를 알칼리로 바꾸면 철이 침전되는데 여기에 모래를 넣어 철코팅 모래를 생산했다. 비소와 잘 결합하는 철로 코팅된 모래는 지금까지 나온 어떤 비소 제거 방법보다 큰 효과를 낸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이다.
침출수를 정화한 후 나온 슬러지를 활용, 황토벽돌과 나노물질을 만드는 기술도 개발 중이다. 철을 많이 함유한 슬러지를 이용해 웰빙 건축 재료로 사용되는 황토 벽돌을 만들고 페인트의 원료로 각광받고 있는 나노철을 대량 생산하는 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최 연구원은 “폐광 한 곳에서만 하루 500t의 침출수가 나와 주변 지역을 광범위하게 오염시키고 있다”며 “이번에 개발한 폐광 자원화 기술이 방치된 폐광 문제에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