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 인물 중에도 낮잠을 즐긴 이들이 많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네 시간마다 10~20분씩 낮잠을 잤고, 밤에 서너 시간씩밖에 잠들지 못했던 나폴레옹은 부족한 수면을 낮잠으로 보충했다. 처칠은 2차대전 당시 독일이 런던을 폭격했을 때도 방공호에서 낮잠을 잤다고 한다. 98세까지 장수한 록펠러는 30대 중반을 넘기면서 점심식사 후 잠깐씩 낮잠을 자는 버릇이 생겼다.
낮잠 자는 시간은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사람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겠지만 몇 시간씩 내리 자는 것보다는 30분 이내가 좋다는 게 정설이다. 일본 노동성 산업의학종합연구소 조사에선 점심 먹은 후 15분 안팎의 낮잠이 가장 큰 효과를 내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 정도를 잔 사람의 뇌파반응 속도가 제일 빨랐다고 한다. 초현실주의 화가 살바도르 달리는 낮잠을 길게 자지 않으려고 그의 그림만큼이나 독특한 아이디어를 냈다. 바닥에 금속접시를 놓고 팔걸이 의자에서 스푼을 쥔 채 잠들곤 했다. 깊은 잠에 빠지는 순간 스푼이 접시 위에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깨어나기 위해서다.
국가부도 위기를 맞은 스페인에서 점심 식사 후 두어 시간씩 낮잠 자는 풍습인 ‘시에스타’가 사라질 모양이다. 2005년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시에스타를 금지하더니 이번엔 300㎡ 이상 중대형 상점과 식당의 영업시간을 25% 늘리기로 했다. 그러면 하루 평균 영업시간이 두세 시간씩 늘어나 사실상 시에스타가 없어지게 된다.
소비와 고용을 늘려 빈사상태에 빠진 경기를 부양하려는 목적에서다. 스페인 경제단체연합은 시에스타로 인한 손실이 국내총생산(GDP)의 약 8%에 달한다며, 내수를 살리려면 영업시간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스페인 정부는 이번 조치로 33만7500여명 고용과 연 172억유로의 경제 성장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긴 달콤한 낮잠도 등 따습고 배부를 때 얘기다. 젊은이의 반 이상이 ‘백수’일 만큼 실업자가 넘쳐나고 나라살림이 거덜난 스페인이다. 그런 판에 하루 두세 시간씩 늘어지게 낮잠이나 자서야 되겠는가.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