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서울시장이 적지않이 변한 것 같다. 서울시장으로서의 행정 경험이 이상주의적 운동가에게 현실적 구체성을 더해주는 것 같은 변화여서 다행스럽다. 21일 한경 밀레니엄 포럼에서 박 시장은 좌편향이라는 그동안의 우려를 불식시킬 만한 다양한 말들을 쏟아냈다. “경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업가 정신”이라며 “대기업은 간섭 안하고 두면 잘 한다”고 한 말도 그런 변화의 하나였다. 또 사양산업 문제를 도외시한 채 무조건 보호 식의 동네상권 해법을 말할 수는 없다고 언급한 대목도 주목할 만하다. 일을 안한다는 소리를 듣더라도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도 했다. 관광산업 육성을 통해 일자리를 만들어 보겠다는 대목에서는 의욕이 넘쳐났다.

서울시정과 중앙정치의 선을 분명히 긋고 행정 업무에 충실하겠다는 것도 그랬다. 안철수 원장에게는 분명 부채를 지고 있지만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서울시장이 특정 후보를 지지할 수는 없다는 말도 설득력 있게 들렸다. 통합진보당 사태에 대해서는 선거라고 하는 보편적 민주주의의 원칙이 부정됐다며 극단이 아닌 중앙지대가 두터워야 좋은 정치라는 말로 비판적 입장을 드러냈다. 그는 스스로를 정치인이 아니라 행정가로 정의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다.

우리는 박 시장의 이런 언급이 단순히 말의 성찬은 아니라고 믿는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었다. 경제와 산업에 대한 이해가 여전히 부족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겠다. 작은 한두 개 상권개발의 아이디어에 집착하는 듯한 모습은 특히 그랬다. 아이디어로 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전체 산업 전개와 경제의 발전법칙이라는 점에서는 여전히 인식이 부족한 듯 언급도 거의 없었다. 서울시장으로서 갖는 방법론에 분명한 한계가 있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아직 해답을 찾지는 못한 것 같다. 한 걸음 더 나아가기를 주문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