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5월20일 오후 2시49분 보도

이덕훈 전 우리은행장(63·사진)이 사모펀드(PEF)인 ‘키스톤 프라이빗에쿼티(KEYSTONE PE)’를 세워 8년 만에 현업에 복귀한다.

2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 전 행장(현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은 21일부터 키스톤 PE 회장으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한다. 2004년 우리은행장에서 물러난 이후 8년 만에 PEF 회장으로 금융업계에 돌아온 것이다. 키스톤 PE는 임직원 9명으로 출범하며 서울 종로구 운니동에 사무실을 두고 있다. 키스톤 PE의 주 투자 대상은 한·중·일 3개국의 부실기업으로, 특히 금융업종에 집중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이 회장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키스톤 PE는 바이아웃(buy-out·기업 경영권을 통째로 인수하는 방식) 펀드로 한국식 기업 구조조정 노하우와 경험을 살려 중국과 일본에서 부실 기업을 인수해 경쟁력을 강화한 뒤 성공적으로 재매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PE를 운영한 경험이 없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큰 의미로 보면 내가 진정한 PE의 원조”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2001년 우리은행장으로 취임한 후 매년 2조원 이상의 적자를 내고 10조원의 부실자산을 가졌던 우리은행을 3년 만에 은행권 최고 수준인 연 1조3000억여원의 순이익을 내는 기업으로 탈바꿈시킨 경험이 있다”며 자신이 구조조정과 금융혁신의 전문가임을 강조했다. 그는 “지향점이 과거 공적자금 투입 최소화 및 회수 극대화에서 이젠 투자자(LP) 수익 극대화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매물로 나온 국내 금융사 인수전에 뛰어들 뜻을 내비쳤다. 그는 “키스톤 PE를 만든 주된 목적 중 하나가 국내 금융산업 발전”이라고 밝혔다. 그는 인수대상이 정해지면 키스톤의 규모도 책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회장은 서강대와 미국 웨인주립대 대학원을 나와 미국 퍼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서 금융팀장을 거쳤으며 재무부 장관과 경제기획원 장관의 자문관을 지내기도 했다. 1998년 상업·한일은행 합병추진위원회 부위원장, 대한투신 사장을 거쳐 한빛은행장에 발탁됐으며 2004년까지 우리은행장을 지냈다. 2003년엔 국내 금융계 최고권위인 다산금융상 대상을 수상했다. 그동안 수차례 여러 금융지주의 회장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그는 현 금융산업에 대해 “우리 금융권은 정치권에 너무 휘둘리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키스톤 PE의 설립과 실질적인 대표 역할은 김정한 전 우리금융 전무가 맡는다. 키스톤 PE는 한 달가량의 세부적인 설립 준비를 마친 후 글로벌 펀딩을 시작해 1호 펀드를 조만간 결성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생각을 같이하는 투자자들을 모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스톤 PE는 현재 홍콩 등지에서 대규모 자금 조달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추후 일본에서도 펀딩을 진행할 방침이다. 그는 우리금융 전무 시절 우리은행장 후보로 거론됐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