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언더웨어 트렌드는 ‘섹시·컬러풀·슬림’으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야릇한 디자인, 화려한 원색, 몸에 밀착된 슬림한 언더웨어를 입었다면 최근 흐름을 잘 아는 패셔니스타라고 할 수 있죠.”(이민기 이마트 언더웨어 팀장)

언더웨어 시장에서 톡톡 튀는 디자인의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이마트가 20일 소개한 ‘언더웨어 시장 동향’에 따르면 20~30대를 중심으로 파격적인 디자인의 속옷 판매가 늘고 있다. 등을 노출하는 백리스, 엉덩이가 드러나는 티(T)팬티, 속이 비치는 시스루, 스타킹의 흘러내림을 막아주는 가터벨트, 남성의 중요 부분에 패드를 덧댄 볼륨 팬티 등이 대표적이다.

신세계몰은 지난달 초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오후 10시~오전 6시에만 이런 속옷을 파는 특화 매장을 열었는데, 누적 판매가 2000건을 넘어섰다. 외국에서 채찍, 수갑까지 파는 초강력 섹시 컨셉트로 유명한 영국 란제리 ‘아장 프로보카퇴르’도 지난해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 상륙했다.

원색 속옷이 늘어나는 경향도 눈에 띈다. 젊은 남성들 사이에서 검정, 회색, 흰색 같은 기본 색상 대신 파스텔톤이나 무지개 빛의 밝은 제품이 많이 팔린다는 설명이다. 이 팀장은 “원색 속옷의 매출은 몇 년 전만 해도 베이직 컬러의 10분의 1에 불과했지만 올 들어 절반까지 올라왔다”고 말했다.

몸에 딱 맞게 입는 슬림 피트가 패션의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몸에 밀착되는 슬림 언더웨어가 함께 유행하는 것도 특징이다. 여성용의 경우 재봉선이 없는 누디 브라와 햄 팬티의 비중이 절반을 넘어섰고, 남성 팬티는 이미 2년 전에 드로즈(속바지 형태) 팬티의 매출이 트렁크(사각) 팬티를 추월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언더웨어 시장은 지난해 1조6800억원으로 추산된다. 2009년 1조3000억원에서 2년 만에 30% 늘어나며 아웃도어 못지않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속옷은 실속구매 경향이 강한 상품이어서 대형마트(32%)와 홈쇼핑(22%)이 최대 유통채널이다.

올 들어 이마트가 ‘시크릿 갤러리’, 롯데마트는 ‘이너센스’라는 이름으로 탈의실을 갖춘 언더웨어 편집매장을 열고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CJ오쇼핑은 ‘피델리아’ 등 자체 언더웨어 상표 5개를 개발, 지난해 96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