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랜드는 지난 3월 ‘몰래 카메라 사건’으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카지노 영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 2명이 사기도박단과 짜고 객장 내에 몰래 카메라를 설치했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이후 강원랜드는 직원 윤리교육을 부쩍 강조하고 있다. 지난 14일 강원도 정선에서 만난 최흥집 강원랜드 사장(61)은 “요즘 새로운 직함이 하나 더 생겼다”고 했다. 최 사장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 지난달 문을 연 ‘강원랜드 윤리학교’의 교장이다. 커리큘럼(교육 과정)을 관리할 뿐 아니라 가끔 직원들을 상대로 강의도 한다.

최 사장은 “강원랜드가 발전하려면 내부 혁신을 통해 직원 상호간에 신뢰를 높이는 것은 물론 회사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바꾸는 일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강원랜드는 최근 카지노뿐 아니라 호텔 리조트 스키 워터파크 국제회의 기능을 갖춘 종합 리조트로 변신하고 있다. 최 사장은 “미국 라스베이거스 카지노들은 카지노와 카지노 이외 사업의 비중이 5 대 5 정도로 구성돼 수익구조가 안정적”이라며 “강원랜드도 이런 방향으로 바꿔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현재 강원랜드는 매출의 90% 이상을 카지노에 의존하고 있다.


▶윤리학교 교장이란 직함이 생소합니다.

“아직은 저도 낯섭니다. 아마 국내 기업 중에선 첫 시도일 겁니다. 윤리학교는 직원들과 회사의 비전을 공유하는 자리라고 보면 됩니다. 지금 우리는 ‘강원랜드에 가면 카지노말고도 할 게 정말 많더라’는 인식을 심어주려고 노력 중입니다. 이 같은 목표를 이루려면 사장 혼자 힘으로는 어림도 없습니다. 직원 한 명, 한 명이 자기 자리에서 고객에게 감동을 줘야 합니다. 진심 어린 서비스가 나오려면 직원들의 마음에 회사에 대한 주인의식이나 사명감, 윤리의식이 자리잡고 있어야 합니다.”

▶카지노에 대한 의존도가 높습니다.

“강원랜드 매출의 90% 정도가 카지노에서 나옵니다. 과거 95%에서 줄어들기는 했지만 여전히 압도적입니다. 카지노산업은 사행산업이라 정부로부터 매출 총량을 규제받습니다. 카지노에만 의존하다 보면 성장이 정체될 수밖에 없습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는 다릅니다. 카지노와 카지노 외의 분야가 5 대 5 정도로 매우 안정적입니다. 나라마다 사정이 달라 목표치를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지만 카지노 이외 부문을 키울 생각입니다.”

▶투자 계획은 마련돼 있습니까.

“시간을 보낼 곳이 많을수록 좋은 종합리조트라고 합니다. 그렇게 되려면 콘텐츠가 다양해야 합니다. 현재 강원랜드의 호텔·콘도·골프·스키 시설은 국내 최고 수준입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가족이 다함께 찾는 사계절 휴양지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1972억원을 들여 2015년까지 워터파크를 지을 계획입니다. 2014년까지는 가족이 탄광체험을 할 수 있는 ‘탄광관광문화촌’도 조성할 겁니다. 여기엔 700억원이 들어갑니다. ‘하늘길’ 조성도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강원랜드 주위에 있는 정선 태백 영월 삼척 등의 유명한 산들을 연결해 총 160㎞의 트레킹 코스를 만들겁니다.”

▶곧 국제스키연맹(FIS) 총회가 개최됩니다.

“오는 27일부터 1주일간 FIS 총회가 강원랜드에서 열립니다. 세계 110개국에서 1500여명의 손님이 옵니다.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 동계 스포츠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입니다. 평창에 대해 좋은 첫인상을 심어주는 기회가 될 겁니다. 이번 총회는 강원랜드에도 특별합니다.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FIS 총회를 우리가 준비하게 됐기 때문이죠. 전 세계 손님들이 강원랜드의 뛰어난 시설과 서비스, 자연경관에 반하게 될 겁니다.”

▶증권가에선 ‘1분기 실적이 좋지 않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이 1년 전보다 줄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올해부터 카지노 매출의 약 4%에 개별소비세가 붙고 (지역발전을 위해 내야 하는) 폐광기금률이 20%에서 25%로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매출만 보면 올해 1분기가 3470억원으로 역대 1분기 중 최고입니다. 무엇보다 스키장 콘도 호텔 등에서 균형적인 성장이 이뤄진 덕분에 카지노 이외 분야의 매출 비중이 9.2%까지 늘었다는 것은 고무적입니다. 강원랜드 수익의 상당 부분은 국가나 지역으로 돌아가게 돼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장 우리 통장에 돈이 얼마나 들어오는지는 큰 문제가 아닙니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고 있다는 겁니다.”

▶카지노 객장 증설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가 큽니다.

“그동안 객장이 비좁아 고객들의 불편이 컸습니다. 이 때문에 환경 개선 공사를 해왔습니다. 1589억원을 들여 카지노 객장 규모를 5471㎡에서 1만1824㎡로 두 배 정도 넓힐 계획입니다. 다음 달이면 공사가 마무리됩니다. 그러나 게임기를 추가로 설치하려면 문화관광체육부로부터 별도로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일단 객장 환경이 개선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고객을 위해서도 객장 증설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몰카사건’은 잘 마무리됐다고 봅니까.

“카지노 객장 내 부정사고를 막기 위한 종합대책을 지난달 발표했습니다. 우선 카지노 조직이 개편됩니다. 상호 견제를 강화하기 위해 카지노본부의 영업부서와 관리부서가 이원화되고 감시·감독 부서가 독립됩니다. 영업장 내부에 불법 전파를 탐지하기 위한 휴대용 회로 탐색기도 도입할 예정입니다. X선탐지기와 금속탐지기를 추가해 보안 업무도 강화할 겁니다.”

▶강원랜드는 폐광지역에 큰 기여를 해왔습니다.

“폐광지역의 경제 활성화는 강원랜드가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2000년 개장 이후 지난해까지 강원랜드가 낸 각종 세금과 기금만 3조 4000억원 가량에 달합니다. 또 신규 채용 때마다 지역 주민을 우대해 현재 협력업체를 포함한 4800명의 직원 중 64%인 3090여명이 폐광지역 출신입니다. 강원랜드 고객이 늘면서 지역 상가 활성화에도 도움이 됐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지난해 ‘폐광지역 개발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개정돼 내국인 카지노 운영 시한이 2015년에서 2025년까지 연장된 만큼 계속 노력할 계획입니다.”

▶앞으로 가장 역점을 두고 추진할 사업은 무엇입니까.

“강원랜드는 장·단점이 분명한 회사입니다. 카지노 독점권이 있어 일정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하지만 다양한 이해관계를 풀어가면서 방대한 사업들을 꾸려나가야 하기 때문에 의사 결정이 쉽지 않은 단점도 있습니다. 또 카지노 사업은 규제 산업이라는 것도 단점 중 하나입니다. 이 같은 장·단점을 모두 고려하면서 강원랜드의 자생력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