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한국적인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었던 게 주효했습니다.”

지난 15일 싱가포르의 신진 디자이너 양성 프로젝트인 ‘아우디 스타 크리에이션’의 올해 우승자로 선정된 고영지 디자이너(31·사진)는 “국내에선 잘 모르지만 외국인들은 한국적 디자인을 굉장히 좋아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프로젝트는 싱가포르 최대 패션행사인 ‘아시아 패션 익스체인지 2012’의 신진 디자이너 선발대회로 올해가 3회째다. 한국인이 우승자로 뽑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 디자이너는 예선을 통과한 아시아 각국 디자이너 12명이 겨룬 본선에서 최종 3인의 우승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고 디자이너가 출품한 의상은 폴리에스터와 실크를 섞은 소재로 하늘하늘한 실루엣을 강조한 드레스. 색동무늬를 파스텔톤의 줄무늬로 여성스럽게 재해석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19세기 한국 궁중 무희였던 리진이 프랑스로 이주하면서 겪은 문화적 충격과 그로 인한 복장의 변천사를 옷에 담고 싶었다”며 “색동 무늬와 한복 저고리 디자인을 살리되 ‘문화적 충돌’을 표현하기 위해 천을 여러 겹으로 접어 덧댔다”고 설명했다.

고 디자이너는 동덕여대 의상디자인학과를 졸업하고 홍익대에서 의상디자인 석사를 마친 뒤 파리 패션스쿨 에스모드에서 1년간 공부했다. ‘대한민국패션대전 2009’에서 대상을 받아 부상으로 에스모드 유학 기회를 얻은 것. 그는 “파리에서 공부하면서 느낀 것은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고 디자이너는 이번 수상으로 최근 급부상하는 싱가포르 패션브랜드 ‘라울’에서 1년간 인턴십을 하게 됐다. 체류비와 월급 등을 지원받는다. 그는 “오는 11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망고어워드’에도 응모하는 등 글로벌 공모전에 계속 도전할 계획”이라며 “주로 유럽 무대에서 활동하면서 소비자들이 ‘꼭 저 옷 한번 입고 싶다’고 얘기하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싱가포르=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