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주를 발행한 기업의 동의 없이도 발행 가능한 ‘투자지원형 주식예탁증권(DR)’이 검토되고 있는 것은 이 방법이 아니면 글로벌 우량기업을 국내 증시에 유치하는 것이 사실상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DR을 국내 증시에 거래토록 함으로써 이들 기업의 국내 상장 효과를 얻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되면 국내 투자자들은 글로벌 기업 주식을 국내 주식과 똑같이 거래할 수 있다.
○우량기업 국내 상장 효과
한국거래소는 2007년 중국기업 3노드디지탈을 시작으로 외국 기업의 국내 상장을 허용했다. DR 발행을 포함해 우리나라에 상장된 외국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6개, 코스닥시장 12개 등 총 18곳이다. 하지만 이들 외국 기업에 대한 평가는 좋지 못하다. 이는 △낮은 주가 수준 △투자자 불신 △한정된 사업 아이템 △특정 국가(중국) 편중 현상 등으로 투자자들이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 두 달 만에 거래가 정지돼 수많은 투자자 피해를 양산한 ‘중국고섬 사태’도 한몫했다.
한국거래소의 외국 기업 유치 작업에 차질이 빚어진 상황에서 우리와 경쟁하는 시장은 오히려 더욱 선전하고 있다. 홍콩이 최근 미국을 제치고 세계 최대 기업공개(IPO)시장으로 떠올랐다. 대만은 중국과의 관계 개선을 기반으로 중국 기업을 유치하고 있다. 세계 각국 거래소 간 인수·합병(M&A) 바람도 거세다. 우량한 글로벌 기업을 유치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 셈이다.
○편리성 뛰어날 듯
투자지원형 DR은 현 상황에서 우량 외국 기업 유치를 위한 가장 좋은 대안으로 꼽힌다. 이 DR은 이전에 국내에서 몇 차례 발행된 외국 기업의 자금조달형 DR과는 차이가 있다. 무엇보다 기업의 동의없이 발행할 수 있다.
국내에 수요가 있고 해당 기업의 원주를 충분히 확보할 수만 있으면 발행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주된 대상은 대형 우량주가 될 전망이다. 수요가 먼저 있어야 발행도 가능하기 때문이다. 공시나 기업설명회(IR) 등의 의무도 없다. 기업에 자금 유입은 되지 않는다.
DR이지만 투자자 입장에선 해외 주식 거래에 더 가깝다. 원화로 국내 주식시장에서 거래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편리성은 훨씬 뛰어나다.
○투자자보호 제도 등 갖춰야
투자지원형 DR을 도입하려면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 어느 시장에서 거래할지 우선 정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기존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이 아닌 ‘제3시장’에서 거래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각종 투자자 보호장치나 공시 등이 기존 상장 종목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일반 개인투자자를 거래에 참여시킬지 여부도 결정해야 한다. 원주가 아닌 DR이, 그것도 발행기업의 동의 없이 발행되면 공시 등 투자자 보호 책임 소재가 모호해진다. 자칫하면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수 있다. 이를 감안하면 일반인을 참여시켜서는 곤란하다. 하지만 일반인의 참여가 없을 경우 시장이 활성화될지 미지수다. 기관과의 ‘역차별’ 논란도 낳을 수 있다.
외국 기업의 투자지원형 DR을 허용하면 국내 기업의 해외 투자지원형 DR 발행 요구도 있을 수 있다. 실제 수요가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만약 이 같은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외국인 투자가들이 한국이 아닌, 자신들이 편한 시장에서 우리나라 기업 주식을 거래할 수 있어 일부 투자자 이탈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