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인천에 거주하는 윤국한 씨(61)는 작년부터 보험회사에서 매달 60여만원씩 연금을 타고 있다. 1997년 지인의 권유로 확정금리형 종신연금에 가입했던 덕분이다. 윤씨는 “적립금이 연 10.5% 고정금리로 계산되는 데다 평생 연금을 받는 조건”이라며 “몇 년 전 다른 상품으로 갈아타라는 보험사 권유를 받았는데 거절하길 잘했다”고 말했다.

고금리 보험상품을 판매한 보험사들은 정반대 입장이다. 시중금리가 연 4%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에서 최고 연 12%까지 확정금리를 줘야 해서다.

한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확정금리형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며 “하지만 시중금리 하락세가 더 가팔라지면서 역마진은 오히려 심화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확정금리 계약만 3400만여건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대형 10개 생보사가 판매한 확정금리형 상품은 총 3389만여건이다. 삼성생명이 1033만7000여건으로 가장 많고, 대한생명(744만여건) 교보생명(460만여건) 등의 순이다. 이들 보험사가 확정금리형 상품에서 2011회계연도에 거둬들인 수입 보험료는 11조2108억원으로 집계됐다.

대한생명과 교보생명만 놓고 보면 두 회사의 지난 1년간 총 수입 보험료(약 11조원) 중 20% 안팎을 확정금리형 상품이 차지했다. 최고 금리는 연 12%다.

종신보험 위주로 영업해온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확정금리형 상품의 계약 건수가 73만여건에 불과했지만 1년 수입 보험료는 1조711억원에 달했다. 확정금리형 상품이 이처럼 많은 것은 외환위기 전후로 보험사들이 과당 경쟁을 벌인 탓이다. 금융계 관계자는 “확정금리형 장수연금 등에서 생기는 역마진을 메우기 위해 변액연금 등에서 사업비를 좀 더 뗄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생명보험사들은 수년 전 확정금리형 상품 가입자를 대상으로 변동금리형 상품으로 갈아타도록 권유하다 당국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여전히 연 4%대 ‘금리보증’도

일부 보험사들은 확정금리형 상품에서 큰 손실을 내면서도 비슷한 구조의 상품에 대해 여전히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를 유인할 확실한 방안이란 판단에서다. 푸르덴셜생명은 연 4%대 확정금리형 종신보험을 판매 중이다. 금리가 더 떨어지면 소비자에게 이익이지만 회사 입장에선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최저보증’ 방식으로 고정금리를 지급하는 회사도 있다. 동양생명은 연리 5.1%짜리 장기 저축성 보험을 판매하면서 연 4%의 최저보증 이율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보험사도 대부분 연 2.5~3%의 최저보증 이율을 책정한다. 일본처럼 제로금리 시대가 닥치면 대규모 역마진이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윤성훈 보험연구원 동향분석실장은 “금융회사가 확정금리 지급을 약속하면 반드시 계약기간만큼 고수익 자산에 매칭 투자해야 하는데 그런 상품은 찾기 어렵다”며 “유일한 방법은 계약기간이 끝나거나 시중금리가 오르길 기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