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왈종 화백(72)이 가정의 달을 맞아 불우한 어린이들의 마음을 녹여주기 위해 자선 전시회를 마련했다.

이 화백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로비의 한경갤러리(14~21일)와 제주 서귀포 이중섭미술관(6월10일까지)에서 ‘불우한 어린이 돕기 유니세프 기금 마련’ 판화전을 연다. ‘포옹’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회에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그린 ‘제주 생활의 중도’ 시리즈 오프셋판화와 실크 스크린 작품 20여점을 내놓는다.

판매수익금은 유니세프에 기증한다. 원화값이 비싸 작품 소장을 망설였던 컬렉터들에겐 더없이 좋은 기회다.

이 화백은 “굶주리고 소외된 어린이들에게 사랑의 마음을 전하기 위해 전시회를 마련했다”며 “예술가의 사회적인 역할을 돌아보게 된다”고 말했다.

“어린이는 미래 인류를 위한 희망의 상징입니다. 이중섭 화백의 작품에도 자연과 어울려 뛰노는 해맑은 어린이들이 자주 등장하잖아요. 그건 어린이를 향한 사랑인 동시에 인권 존중의 은유적 표현일 겁니다.”

1991년 추계예술대 교수직을 그만두고 제주도로 내려가 작업하고 있는 그는 “이제 세상의 하늘을 이고 선 동백나무가 되어 동백꽃망울 같은 인류애를 피우고 싶다”고 덧붙였다. 그래도 세상에는 여전히 희망이 있고, 더불어 아름답게 살 수 있다는 사랑의 메시지를 띄우자는 것이다.

그의 회화는 자연과 사람이 혼연일체가 되는 ‘희망의 철학’을 경쾌하게 노래한다. 원근법을 뛰어넘어 그의 작품에서는 인간보다 큰 새가 등장하고 하늘에는 물고기가 날아다니며 사람들이 나무 속에서 뛰어논다. 자동차, TV, 골프장 등 생활 주변의 물건과 동식물이 신나게 모이고 날고 뛰는 환상적 모습이 흥미롭다.

“동양적인 세계관을 반영한 제 작품은 언제나 포용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삶에서 그림 소재가 나오기 때문이죠.”

사랑과 박애의 정신을 화면에 담아내려 했다는 그는 “중도는 원래 불교 용어인데,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인간이나 동물이나 만물을 평등하게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매력인 화사한 색감이 더욱 밝아졌고 에로틱한 여인과 골프장의 모습을 담은 그림들이 많아졌다.

골프 애호가인 그의 얼굴은 건강하게 그을려 탄력 있는 검정빛을 띠고 있지만 옷은 대조적으로 형광빛 분홍색이다. 그의 매무새조차 불우한 어린이들에게 소곤소곤 희망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02)360-4114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