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는 한 편의 드라마였다. 이 드라마는 김승유 전 회장, 김종열 전 사장, 김정태 회장(당시 하나은행장·사진) 등 3인방이 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게 하나금융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김 전 회장은 론스타와 밀고 당기는 협상을 진행했다. 그는 특히 국내에서 론스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적절히 활용해 매각대금을 5000억원 가까이 깎았다.

김 전 회장이 론스타를 맡는 사이 김 회장은 ‘실탄’마련에 주력했다. 김 회장은 하나은행이 하나금융지주에 1조9342억원의 배당을 하도록 결정했다. 또 지주 재무팀과 긴밀히 협력, 증자 및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총 5조원의 자금을 만들었다.

자금조달의 ‘핵심’으로 꼽혔던 유상증자에는 강승원 전무와 조현준 하나대투증권 전무가 큰 역할을 했다. 국내외 투자기관 35곳과 하나금융 우리사주조합 등을 대상으로 1조335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성공시켰다.

김병호 하나은행 부행장도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 김 전 회장의 지침을 받아 론스타와 하나금융 간 협상창구를 맡아 딜을 진행했다. 막판 협상에서 하나금융이 흐름을 바꾸기 위해 담당자를 교체하겠다고 통보하자 론스타 측에서 ‘바꾸지 말라’고 거부한 일화도 있었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 협상에 성공했다고 발표할 때 김 전 회장의 옆을 지킨 것도 김 부행장이었다.

하나금융의 ‘인수·합병(M&A) 행진’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김 회장은 “해외 M&A를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구체적으로 생명보험사와 아시아지역 은행들을 사고 싶다고 했다. 승부사와 뱅커의 유전인자(DNA)를 동시에 가진 하나금융 CFO들의 역할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