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컴퓨터회사인 HP가 개인용컴퓨터(PC) 시장에서 컴팩(Compaq) 브랜드를 포기하고 프리미엄 브랜드인 엔비스펙터(ENVY Spectre)를 내놓는다.

스티브 호프먼 HP 본사 수석 부사장(사진)은 9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HP 빅뱅 2012’ 행사에서 “프리미엄 PC 브랜드인 ‘엔비스펙터’를 내놓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프리미엄 브랜드를 새로 선보이면서 저가용 브랜드 컴팩 제품을 없애기로 하는 등 기존 PC 브랜드군을 재편하기로 했다.

HP의 기존 제품군은 120만원대 이상 고가인 엔비, 80만~120만원대 중가 제품인 파빌리온, 80만원대 이하 저가인 컴팩으로 나뉜다. HP는 브랜드 재편을 통해 새로 선보이는 ‘엔비스펙터’를 120만원대 이상 고가 제품으로 구성하고, 그 아래 브랜드로 엔비(80만~120만원대)를, 그 밑에 파빌리온(80만원 이하)을 각각 두기로 했다.

PC에서 사라지는 컴팩은 HP가 2002년 190억달러에 인수한 회사다. HP는 컴팩을 인수하면서 PC사업부 외형을 늘려 2004년부터 세계 PC 시장 1위가 됐다. 컴팩은 이후 HP PC의 상징적인 브랜드였다.

HP 측은 그러나 “인수한 지 10년이 지난 지금 아시아 지역을 제외한 유럽과 미국 시장 등에서 파빌리온 브랜드가 컴팩보다 월등한 인지도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설명했다. 또 “PC사업부와 프린터사업부를 통합하면서 HP의 브랜드 인지도를 강화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며 “컴팩이 브랜드가 아닌 회사 이름이어서 그 앞에 HP 로고를 붙이지 않았는데, 이 때문에 브랜드 통일성을 해친다는 것도 이유가 됐다”고 덧붙였다. HP는 프리미엄 브랜드 엔비스펙터 제품으로 시장점유율 1위를 확고히 유지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레노버는 지난해 동기 대비 43.7% 성장하면서 전 세계 PC 시장점유율 13.4%를 차지, HP와의 격차를 4.6%포인트로 좁힌 상태다. 존 솔로몬 HP 미국·라틴아메리카 PPS(프린팅퍼스널시스템그룹) 부사장은 “중국의 PC 사용자 수는 1000명 중 200명에 불과할 정도로 시장 잠재력이 크다”며 “중국 시장을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본사 매출의 약 45%를 차지하는 미국 지역의 프리미엄급 노트북 시장에서 애플에 밀리지 않겠다는 포석도 깔려 있다. 애플은 프리미엄 노트북 ‘맥북에어’에 힘입어 지난 1분기 미국 PC 시장 점유율 3위(11%)를 차지했다. HP는 이번에 새롭게 내놓은 13.3인치형 초슬림 노트북인 ‘엔비스펙터’와 울트라북인 ‘엔비슬릭북’으로 애플을 견제하고 영업이익률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상하이=심성미 기자 smsh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