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북에 억류 중인 것으로 알려진 ‘통영의 딸’ 신숙자 씨(70)가 간염에 걸려 이미 사망했다고 유엔에 통보한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반인도범죄철폐국제연대(ICNK)는 8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유엔에 보낸 A4용지 1장 분량의 답변서한을 공개했다. 서한에서 북한 당국은 “신씨와 두 딸은 임의적 구금과는 아무 관련이 없다”며 신씨는 간염으로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신씨의 구체적인 사망 시간과 장소, 거주지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 당국이 신씨의 신상을 확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한은 또 “(신씨의 남편) 오길남 씨가 가족을 버렸고 두 딸의 어머니(신씨)를 죽음으로 내몰았기 때문에 신씨의 두 딸은 오씨를 아버지로 여기지 않는다. 그들은 오씨를 만나는 것을 강력히 거부했으며 더 이상 그들을 괴롭히지 말 것을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오씨는 “전형적인 거짓답변”이라며 “북한의 근거 없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내 아내가 죽음에 이르렀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여전히 살아 있다고 판단하고, 다시 만나 얼싸안고 아내와 두 딸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다”고 했다.

경남 통영 출신인 신씨는 1960년대 후반 독일로 건너가 간호사로 일하다 유학생이던 오씨와 결혼했다. 오씨는 경북 의성 출신이다. 이들 부부는 1985년 오씨에게 교수직을 보장하고 신병치료를 해준다는 북한의 공작에 속아 두 딸과 동반 입북했다. 그러나 부부는 곧 북한 체제에 환멸을 느꼈고 1년 뒤인 1986년 남편 오씨만 북한을 탈출했다. 북한에 남아 있던 신씨 모녀는 이후 함경남도 요덕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사연이 전해지면서 신씨에게는 ‘통영의 딸’이라는 별칭이 붙여졌고 그의 고향인 통영을 중심으로 구출 운동이 시작됐다.

ICNK는 지난해 11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뉴욕대표부를 통해 유엔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에 신씨와 두 딸 혜원·규원씨의 구출을 청원했다. 유엔 ‘임의적 구금에 관한 실무그룹’은 지난 3월 북한 측에 신씨에 관한 질의서를 보냈고, 북한 당국은 지난달 27일 스위스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차석공사의 명의로 실무그룹에 신씨의 사망 사실을 전했다.

김형석 통일부 대변인은 “북한이 실무그룹에 서신을 보낸 것을 확인했다”며 “그러나 신씨 사망과 두 딸의 입장에 대해 구체적인 증거를 제시하지 않아 추가적인 사실 확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씨의 생사 확인과 신씨 가족의 송환을 위해 정부차원은 물론 국제적인 통로를 통한 촉구활동을 지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