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퀄컴 SK텔레콤 등과 손잡고 새로운 무선충전 표준을 만든다. 차세대 무선충전 기술표준을 주도해 시장을 선점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퀄컴 SK텔레콤 등과 함께 ‘A4WP(Alliance for Wireless Power·무선충전연합)’를 설립한다고 8일 발표했다. A4WP에는 이 외에도 독일 자동차 협력업체인 페이커 어쿠스틱, 미국 모바일 액세서리 업체 에버 윈, 가구업체 길 인더스트리, 이스라엘 무선충전 솔루션 업체 파워매트 등 7개 기업이 창립 멤버로 참여한다.

◆1~2m 밖에서도 충전 가능

A4WP는 8일(현지시간)부터 미국 뉴올리언스에서 열리는 통신 분야 전시회 ‘CTIA 2012’에서 단체 출범을 공식 발표하고 자동차 콘솔, 책상 등을 이용한 무선충전 방식을 시연할 예정이다.

무선충전 기술은 자기유도 방식, 공진 방식, 마이크로파 방식 등 크게 3가지로 나뉜다. 현재 가장 널리 쓰이는 기술은 자기유도 방식이다. 충전기의 송신코일에서 발생된 자기장을 무선으로 수㎝ 거리의 수신코일에 전달하는 식이다. 가정에서 흔히 쓰는 전동칫솔이 대표적이다.

최근 LG전자가 발표한 ‘옵티머스 LTE2’에 적용한 무선충전 기술도 자기유도 방식이다. 무선충전 패드에 스마트폰을 올려 놓으면 충전이 된다. 이 방식의 표준은 세계무선충전협회(WPC)가 만든 ‘Qi(氣)’ 표준이다. WPC에는 LG전자를 비롯해 삼성전자 노키아 소니 필립스 버라이즌 등 전 세계 70여개 업체가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방식은 패드와 조금만 떨어져도 충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이 단점이다.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식이 A4WP가 추진하는 ‘공진 방식’이다. 공진(共振)은 외부에서 발생한 주파수가 특정 물체의 고유 주파수와 같아지면 에너지가 갑자기 커지는 것을 뜻한다. 소프라노가 고음의 노래를 부를 때 와인잔이 깨지는 것도 소프라노의 목소리와 와인잔 고유의 주파수가 일치하면서 생기는 공진 현상 때문이다.

공진 방식은 충전 패드와 스마트폰에 같은 주파수의 공진 코일을 탑재해 전력을 전달하게 된다. 충전기출력에 따라 최대 1~2m 떨어진 곳에서도 충전할 수 있다. 한 번에 여러 대를 충전할 수도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일 발표한 스마트폰 갤럭시S3에 이 기능을 처음 탑재했다.

◆삼성 “공진방식 핵심 기술 보유”

현재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자기유도 방식이다. 공진 방식은 근접기기 간섭 문제와 낮은 충전 효율 등이 단점으로 꼽힌다. 하지만 기술적 완성도가 높아진다면 장기적으로 공진 방식이 자기유도 방식을 대체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현재 WPC는 자기유도 방식에 대한 표준만 정해 놓은 상태다. 삼성전자는 A4WP를 통해 공진 방식 세계 표준을 주도적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공진 방식 무선충전에 필요한 핵심 기술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자사의 기술을 표준으로 만들어 향후 모바일 기기 무선충전 시장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시장조사기관 IMS리서치는 2015년까지 무선충전을 지원하는 모바일기기가 1억대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