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성인쇄회로기판(FPCB) 전성기는 이제 시작입니다. 최소 10년은 갈 겁니다.”

배철한 인터플렉스 대표(61)는 “외부에서 ‘인터플렉스 잘나간다’고 하는데 맛보기에 불과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인터플렉스는 국내 1위, 세계 2위 FPCB 기업이다. 지난해 매출 5000억원을 돌파했고 올해도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최근 3년 성장률이 200%가 넘었다.

배 대표는 “스마트폰은 정보기술(IT) 진화의 핵심에 있고 스마트폰의 중심에는 인터플렉스가 있다”고 설명했다. FPCB는 인쇄회로기판(PCB)과 달리 구부릴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스마트폰에 기능이 추가될수록 얇고 작고 가볍게 만드는 것에 유리한 FPCB 수요가 늘어날 거라는 얘기다.

FPCB 시장이 항상 순항한 것은 아니다. 2000년대 중반 유행한 폴더폰이 슬라이드폰에 왕좌를 내주며 업계도 휘청거렸다. 이 회사 매출이 2004년 3400억원에서 2007년 1900억원으로 곤두박질친 게 반증이다.

당시 조타수로 영입된 배 대표는 인터플렉스를 ‘수리가 가능한 목조 난파선’으로 진단하고 즉각 혁신에 착수했다. 그는 “FPCB는 기술, 노동, 자본 세 가지가 모두 집약된 흔치 않은 산업”이라며 “집약이라는 굴레를 벗어 던져야만 살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먼저 기술 혁신에 드라이브를 걸었다. 연구·개발(R&D)에 박차를 가해 업계 최초로 30마이크로미터(㎛·0.001㎜)급 미세 회로 구현에 성공했다. “50㎛ 이하는 불가능하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던 때다. 노동은 자동화 비율을 80%로 높임으로써, 자본은 수율(收率) 개선을 통해 수익성을 높임으로써 해결했다.

또 ‘톱 티어(Top Tier)’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다. 삼성 애플 노키아 LG HTC 림 모토로라 소니모바일 등 스마트폰 제조사 상위권 업체를 모두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배 대표는 “철갑선으로의 체질 변화가 상당 수준 진척됐기 때문에 글로벌 기업들을 모두 고객으로 포섭할 수 있었다”며 “톱 티어 기업들과 모두 거래하는 한국 최초 IT 부품 기업”이라고 자평했다.

1단계 목표를 달성한 배 대표는 이제 신무기를 준비하며 차세대 IT 시대에 대비하고 있다. 그는 “지금은 경쟁사들과 ‘다소’ 다르지만 ‘완전히’ 다른 신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R&D에 힘쏟고 있다”며 “신공장 ‘스마트 센터’까지 가동하면 전 세계 시장을 진공 청소기처럼 빨아들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달 시험 가동에 들어가는 신공장은 8만㎡ 규모로 외부 진동을 전면 차단하고 업계 두 배인 1t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무진동·내하중 시스템을 도입했다. 배 대표는 “세계 1위 일본 맥트론을 잡는 건 시간문제”라고 강조했다.

안산=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