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흐르는 아침] 오페라 '리골레토' 중 '교회에 갈 때마다'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부모자식 간의 문제를 가장 빈번하게, 진지하게 다룬 작곡가는 베르디일 것이다. 두 자녀를 너무 일찍 잃고 더 이상 자식을 두지 못한 아픔이 반영된 결과라고 한다. ‘리골레토’를 살펴보자. 만토바궁전의 광대이자 바람둥이 공작의 채홍사로 악행을 일삼는 꼽추 리골레토는 누군가의 해코지가 두려워 딸 질다를 세상으로부터 격리시키고, 자신의 실체도 알리지 않은 채 살아간다. 그러나 결국 공작에게 몸을 더럽힌 질다는 광대 복장을 한 리골레토 앞에 나타나고 말았으니 서로에게 얼마나 비참한 순간인가! 리골레토는 자초지종을 듣고 복수를 다짐하지만 질다의 마음은 이미 공작에게 기울어 있고 아버지의 복수는 딸의 희생을 부르고 만다. 자식을 사랑한다면서 우리는 과연 그들의 심정을 헤아리고 있는가. 부모 생각을 강요하는 일방통행식의 사랑이 얼마나 허무할 수 있는지를 베르디가 더 잘 꿰뚫고 있다.
유형종 < 음악·무용칼럼니스트 무지크바움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