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지주회사 역사는 10년이 채 안된다. 2003년 3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LG그룹이 1호다. 외환위기 전에는 법으로 지주사 설립을 금지했다. 지주회사 밑으로 자회사, 손자회사, 증손회사를 거느리며 무한정 이어지는 피라미드형 출자구조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했기 때문이다.

지주회사가 허용된 것은 1999년이다. 여러 가지 규제 장치를 두고 지주회사 문을 열어주기로 한 것이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 분사를 통한 사업의 분리매각이 쉽고, 유연한 사업의 진입 및 퇴출 등 구조조정에 유리한 지주회사제도의 장점이 부각된 결과다. LG가 1999년 지주회사의 첫 테이프를 끊었다. SK그룹과 CJ 두산 GS 한진중공업 하이트진로 LS 웅진 풀무원 코오롱 등의 지주사 전환이 이어졌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지만 증가율은 최근 2~3년간 둔화됐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수는 2008년 9월 60개로 전년 대비 50% 급증한 이후 2009년 9월 79개(증가율 31.7%), 2010년 9월 96개(21.5%), 지난해 9월 105개(9.5%)를 나타냈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구조조정 필요성이 부각되면서 지주회사 체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주회사 구조는 사업부문이 자회사별로 분리돼 있어 자회사별 매각이나 인수·합병(M&A)이 상대적으로 수월하다. 복잡한 순환출자나 상호출자로 얽혀져 있는 그룹의 경우 계열사를 그룹에서 떼어내기가 쉽지 않은 데다, 한 개의 계열사 위기가 그룹 전체로 전이될 위험도 크다. 최근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있는 LG그룹은 지주회사 체제를 일찌감치 도입한 덕에 계열사 확장과 구조조정에 있어 비교적 제약이 적다.

지주회사가 매력적인 이유는 또 있다. 지주회사에서 자회사, 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수직적인 출자구조로 지배구조가 단순해질 뿐 아니라 최대주주의 그룹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다. 특히 지주회사가 자회사 지분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자회사 주식을 갖고 있던 최대주주는 큰 비용없이 지주회사 지분을 크게 늘릴 수 있다.

다만 지주회사는 부채비율을 200% 이내로 제한해야 하고 상장 자회사는 20%, 비상장 자회사는 40% 이상 지분율을 확보해 할 의무가 있다.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 자회사나 손자회사를 소유할 수 없도록 하는 규제도 기업들이 부담스러워하는 요소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