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솔로몬·한국·미래·한주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을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하고 6개월간 영업정지조치를 내리는 등 3차 저축은행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다.

5000만원 이상 예금자, 후순위채권 투자자, 주주들의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지만 은행권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최대 부담비용을 가정해도 올해 예상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기 때문이다. 2금융권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 은행권, 최대 부담비용 6000억 '불과'…불확실성 해소 계기

7일 하이투자증권에 따르면 은행권이 구조조정 대상 모든 저축은행을 인수한다해도 비용에 대한 부담은 예보대출 공급에 따른 기회비용까지 감안해도 최대 6000억원에 불과하다. 이는 2012년 추정 이익 대비 2.6% 수준에 불과하다.

유상호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더욱이 지난해 저축은행 매각시 은행권 뿐만 아니라 증권사 등의 비은행권 참여도 활발했기 때문에 모든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국내 은행이 부담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번 3차 구조조정으로 은행권이 직접 영향을 받는 범위는 제한적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불확실성 해소 측면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는 판단이다.

심규선 한화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적기시정조치 유예 상호저축은행 등에 대한 점검 결과 발표는 2011년 7월 이후 진행된 85개 저축은행의 일괄 경영진단에 따라 9월 18일 시행했던 저축은행 구조조정의 후속조치로 판단되며 사실상 이번 발표로 저축은행에 대한 구조조정은 완료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주가도 회복될 전망이다. 2011년 상반기(2월 17일)와 하반기(9월 18일) 저축은행 구조조정 발표 이후 은행업종지수의 움직임을 보면 발표 후 2주일 이내에 모두 코스피 대비 상대수익률을 회복했다.

심 애널리스트는 이번 4개 저축은행 영업정지 관련 영향은 작년 상반기와 하반기의 저축은행 구조조정 발표시보다 영향 정도가 더 작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2금융권, 대출·예금 '풍선효과' 기대

대형 저축은행들의 퇴출이 캐피탈사 등 2금융권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치영 이트레이드증권 애널리스트는 "이번 퇴출 사태로 대출과 예금 등 두 측면에서 풍선효과가 기대된다"며 "대출면에서 긍정적인 종목은 아주캐피탈, 우리파이낸셜, 리드코프 등 소비자금융업체이고, 예금면에서 긍정적인 업권은 보험업권 전반"이라고 분석했다.

이트레이드증권은 4개 저축은행의 총 가계대출 자산은 1조5000억원으로, 이 중 솔로몬저축은행이 1조3000억원의 가계대출을 갖고 있다며 이중 상당액이 소액 신용대출자산이라고 전했다.

이 애널리스트는 "1조3000억원은 비우량 신용대출시장의 추정 규모 약 57조원의 약 2.3%"라며 "아주캐피탈 등의 신용대출 시장 점유율은 미약하지만 총 자산이 상대적으로 작기 때문에 이번 풍선효과가 의미있는 물량 효과를 줄 수 있다"고 기대했다. 카드사의 가계대출이 당국의 강한 규제를 받는데 비해, 소형 여전업체에 대한 규제강도가 약한 점도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이 증권사는 퇴출 저축은행의 총수신액이 8조4000억원에 이른다며 고금리 추종 부동자금의 성격이 있으므로 보험사의 저축성예금 일시납으로 상당액은 유입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일시납 저축성보험은 당장의 보험사 손익에 영향은 없으나 자산확대 효과가 가능하며 만일 저축은행권 전반의 뱅크런으로 인해 부동자금 규모가 커지면 저축성보험의 공시금리 경쟁 완화도 기대 가능하다"고 했다.

◆ 살아남은 저축은행, 주가 '급등'

4개 저축은행 가운데 주식시장에 상장돼 있는 솔로몬저축은행과 한국저축은행은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 여부를 가리기 위해 이날부터 거래가 정지됐다. 하지만 살아남은 저축은행주들의 주가는 급등세다.

이날 오전 11시 13분 현재 서울저축은행신민저축은행은 가격제한폭까지 치솟았다. 한국저축은행의 계열사인 진흥저축은행도 12% 이상 급등하고 있고 푸른저축은행도 장중 상한가 근처까지 올랐다 상승폭을 축소해 6%대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심규선 애널리스트는 "삼화·제일·토마토저축은행 등 2011년에 영업 정지된 대형 저축은행을 은행권(우리, KB, 신한금융)에서 인수한 예를 보면 저축은행 인수 과정에서 큰 무리 없이 인수해 영업을 재개했다"며 "저축은행의 리스크가 저축은행으로 전이될 수 있다는 우려는 제한적"이라고 판단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4개 저축은행의 계열저축은행에서 당초 우려했던 예금인출사태(뱅크런)은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당국에 따르면 현재 계열저축은행 지점 대부분에서 예금인출을 위해 번호표를 뽑을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한산하며 예금 인출 규모도 평소와 다르지 않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