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존전략은 '함께 만드는 완벽'…진정성·긍정적 사고·인내심 가져야
고순동 삼성SDS 사장(54·사진)은 3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열정락서’에서 자신의 이름을 설명하며 “이름처럼 뭘 해도 동메달이었다”고 털어놨다. 열정락서는 삼성그룹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열정을 나누자는 취지에서 정기적으로 열고 있는 콘서트 형식의 행사다. 그는 2500여명의 대학생 앞에서 ‘함께 만드는 완벽’을 주제로 자신의 인생과 철학에 대해 강연했다.
고 사장은 “나는 역사를 좋아하는 전형적인 문과형 인간이라 공학과는 거리가 멀었다”며 “내성적인 성격과 낯선 환경을 극복하고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경험을 학생들과 공유하고자 여기 섰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사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지만 형·누나와 터울이 커 거의 외아들처럼 자랐고 타고난 성격도 내성적이었다고 했다.
고 사장은 자신의 성격이 변하게 된 계기를 중학교 시절의 한 사건에서 찾았다. 반에서 실시한 인기투표였다. 통상적인 인기투표와 달랐던 점은 ‘좋아하는 친구’ 5명과 함께 ‘싫어하는 친구’ 5명을 써내는 투표였다. 그는 당시 반장을 맡고 있었기 때문에 싫어하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라 생각했다. 결과는 의외였다. 좋아하는 친구로도 이름이 많이 올랐지만 제일 싫은 친구로도 제법 많이 꼽혔다. “그때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날부터 남들에게 호감을 주는 사람이 되기 위해 외향적인 성격이 되고자 노력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의 입장을 먼저 헤아리는 습관도 이때 생기더군요.”
남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며 혼자만으론 일을 해나갈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그는 “누가 무엇을 잘하는지, 그 사람과 어떻게 하면 같이 일할 수 있을지 늘 고민해왔다”며 독불장군처럼 잘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잘해보려고 노력한 것이 지금까지의 생존전략이었다고 설명했다.
고 사장은 자신의 철학을 ‘함께 만드는 완벽’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이 철학을 실현하기 위해 세 가지를 마음에 새겼다고 했다. 진정성을 가지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목표를 위해 인내하는 것이다.
그는 특히 긍정의 힘을 강조했다. 고 사장은 “직장생활 초반에 괴롭히는 고객이 있었다”며 “선배가 하루에 다섯 번씩 그 사람을 생각하며 ‘사랑합니다’라고 외치라고 했을 땐 우스웠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배의 말대로 했더니 거짓말처럼 고객과의 관계가 개선됐다.
그는 “좀체 화를 내지 않고 잘 참는 성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든 것을 참아도 절대로 참지 못하는 것이 있다고 덧붙였다. 바로 누군가 시키는 일을 마지못해 하는 것이다. 그는 “참아내기 힘들수록 누가 시키기 전에 미리 하는 것이 효과가 있다”며 주어진 일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면 먼저 나서라고 당부했다.
고 사장은 이 모든 것의 바탕에는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슨 일을 해도 불붙을 준비가 돼 있으면 어떤 장애물이든 극복해낼 수 있다”며 “꼭 활화산같이 타오르지 않아도 되고, 은근한 불길도 아주 좋다”고 말했다.
부산=김보영 기자 w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