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에 대기업 참여를 배제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처음 구내식당 입찰을 실시한 한국전력이 동원그룹 계열인 동원홈푸드를 사업자로 낙점했다. 중소기업들은 “이번에도 우리를 들러리 세웠다”며 반발하고 있다.

한전 관계자는 1일 “구내식당 사업자로 동원홈푸드를 예비 낙찰자로 선정했다”며 “최종 낙찰 여부는 다음주 중 동원홈푸드에 대한 실사를 거친 뒤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입찰에는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집단 소속 대기업의 참여를 차단하라는 정부의 권고에 따라 20여개 중견·중소기업만 참여했다. 한전 구내식당 운영권은 연간 매출이 60억원으로 규모도 크지만 대외신인도를 높여주는 보증수표로 여겨진다.

급식업계 1위이자 당초 유력한 낙찰후보로 꼽혔던 아워홈은 막판에 입찰을 포기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20일 한전이 개최한 현장설명회에 참석, 입찰 참여 의사를 밝혔지만 최종 단계에서 신청서를 접수하지 않았다. 아워홈은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제한 대상인 대기업집단에 속하지 않기 때문에 원칙적으로는 입찰에 참여할 수 있지만 자신들의 참여가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이라는 정부 방침에 어긋난다는 비판이 일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와 정부도 한전 등 공기업에 대해 아워홈을 구내식당 입찰에 참여시키지 말 것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공기업 구내식당으로는 ‘최대어’인 한전 식당이 중소기업이 아니라 또 다른 대기업인 동원 측으로 넘어가자 중소기업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모 중소기업 관계자는 “결국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속하지 않는 대기업이 삼성에버랜드 CJ프레시웨이 등이 떠난 시장을 독식하게 될 것”이라고 불만을 터뜨렸다. 실제 동원홈푸드의 모회사인 동원산업은 지난해 기준 자산 1조3068억원으로 중소기업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덩치가 크다. 아워홈 자산(5409억원)에 비해서도 두 배 이상 많다.

중소기업들은 앞으로 남은 공기업 식당 입찰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이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현재 286개 공공기관 중 기존 대기업과의 계약을 해지하고 연내 새 급식업체를 선정해야 하는 곳은 40여개에 달한다.

서보미/이심기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