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들은 스스로 ‘진퇴양난(進退兩難)’에 처했다고 얘기한다.”

김진식 우리투자증권 인천WMC지점장은 최근 개인투자자의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보유 중인 종목의 손실이 커져 삼성전자 현대차 기아차로 갈아타고 싶지만 이들이 단기간에 급등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 등을 감안할 때 당분간 ‘전(電)·차(車)’를 대신할 만한 투자 대상이 부각되기 힘들 것”이라며 “증시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일 때까지 기대수익은 낮추고 투자 대상은 전·차나 실적개선주로 압축해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퇴양난’ 개미들

삼성전자와 자동차 업종 내 주요 종목들은 최근 연일 사상 최고가와 52주 신고가를 갈아치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30일 종가 기준으로 사상 최고가인 139만원까지 치솟았다. 장중 한때 140만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기아차도 같은날 8만3400원으로 장을 마쳐 1년 신고가를 기록했다. 시가총액(시총) 순위도 포스코를 제치고 3위로 뛰어올랐다. 현대차는 지난달 9일 기록했던 신고가와 같은 26만8500원으로 마감했다.

국내 증시 시총 1~3위를 차지하는 이들이 연일 최고가 기록을 갈아치우자 개인들은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서울 테헤란로에서 영업 중인 한 증권사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120만원에 접어들 무렵 화학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손실을 많이 본 한 자영업자에게 일부를 손절매하고 삼성전자로 갈아탈 것을 권했다”며 “이 고객은 120만원이라는 가격대에 부담을 느껴 투자를 포기한 뒤 삼성전자가 추가 상승하자 ‘화병이 날 지경’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고 전했다.

○전·차 쏠림현상 지속될 듯

개인들의 관심은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업종 내 주요 종목들이 앞으로도 상승세를 지속할 수 있을 것인가’에 쏠려 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증권사들은 ‘추가 상승’ 쪽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삼성전자의 경우 목표주가 200만원을 제시하는 증권사들이 나타났다. 자동차 업종 전망도 긍정적인 편이다. 최중혁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하반기 이후 브릭스(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국가에서 현대차그룹의 판매량이 전년 동기보다 두 자릿수 증가할 것”이라며 “K9 등 신차효과도 예상돼 견조한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종우 솔로몬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정보기술(IT)과 자동차를 제외한 나머지 업종 가운데 영업이익이 눈에 띄는 증가 추세로 전환되는 업종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눈높이 낮추고, 투자대상 축소”

그렇다면 개인들이 요즘 같은 시장을 헤쳐나가기 위해 어떤 전략을 구사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우선 “기대수익률을 낮출 것”을 주문했다. 정인기 트러스톤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증시가 상당 기간은 전문가도 연 10% 이상 고수익을 내기 쉽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 것”이라며 “목표수익률을 한 자릿수로 낮추고 투자 대상도 주식 일변도에서 인덱스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안정적인 상품으로 다변화시켜야 한다”고 권유했다.

지금이라도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차 중심으로 종목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필요가 있다는 전문가들도 많다. 강우신 기업은행 강남PB센터장은 “개별 종목 투자금액 중 70% 정도는 전·차군단으로 채우고 나머지 30%가량을 단기 트레이딩 관점에서 LG디스플레이 대한항공 등 턴어라운드나 실적 개선 기대주에 배분하는 ‘투트랙’ 전략을 구사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