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죽어서 달이 되었다/바람에게도 가지 않고/길 밖에도 가지 않고/어머니는 달이 되어/나와 함께 긴 밤을 같이 걸었다’(‘사모곡’)

시인 감태준 씨는 깊은 밤 달에게서 어머니를 본다. 그의 어머니는 여리고 눈물도 많았다. 멀리서 들리는 상엿소리에도 그렁그렁하곤 했다. “길이 아니면 처음부터 발을 들이지 말라” 하시던 어머니는 무슨 일이 그리 바빴을까. 감씨는 “정작 당신은 길도 없는 저승에 왜 그리 서둘러 가셨느냐”며 통곡한다.

부모는 애절한 그리움의 노래를 부르게 하는 존재다. 시인에게도 평생 시의 화두가 될 수밖에 없다. 시 전문 계간지 ‘시인세계’는 여름호 특집으로 ‘시인이 쓴 나의 아버지, 나의 어머니’를 모았다.

시인 문정희 씨는 어릴 적 운동회의 기억에서 어머니를 더듬는다. ‘내 어머니는 분명 한쪽 눈이 먼 분이셨다/어릴 적 운동회 날, 실에 매단 밤 따먹기에 나가/알밤은 키 큰 아이들이 모두 따가고/쭉정이 밤 한 톨 겨우 주워온 나를/이것 봐라, 알밤 주워 왔다!고 외치던 어머니는/분명 한쪽 눈이 깊숙이 먼 분이셨다’(‘밤(栗) 이야기’ 중)

애절한 사부곡도 담겨 있다. 시인 신달자 씨에게 아버지는 ‘하늘’이었다. 그런 아버지 곁을 떠나던 어머니의 유언은 ‘일주일 안으로 따라오라’는 것. 무일푼으로 어떻게 홀로 살겠느냐던 어머니의 ‘마지막 사랑 고백’이었지만 아버지는 18년을 더 살았다. 그는 하관하고 내려오며 지은 시 ‘아버지의 빛’에서 ‘아버지를 땅에 묻었다/하늘이던 아버지가 땅이 되었다//땅은 나의 아버지’라고 절규한다.

시인 고두현 씨의 어머니에 대한 회상은 눈물을 자아낸다.

“어쩌믄 이리 닮았누. 꼭 우리 아덜 같네….” 병상에서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고 “오빠” “아저씨”라 부르는 어머니, 무너지는 억장을 붙잡고 오빠와 아저씨가 되어 말상대를 하는 시인. 그는 어머니가 잠들자 시큰한 콧등을 달래며 이불 밖으로 빠져나온 발을 살며시 만져본다. 이때 쓴 시가 ‘참 예쁜 발’이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