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보양식’으로 꼽히는 오리 가격이 급락하고 있다. 5월2일 ‘오리데이’를 앞두고 오리농가들이 소비 촉진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당분간 가격 회복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1일 한국오리협회에 따르면 오리 산지가격은 생체 3?(생오리 한 마리) 기준 4400원으로, 한달 전(6252원)보다 30% 하락했다. 조류인플루엔자(AI) 여파로 가격이 치솟았던 1년 전(1만233원)보다 57% 떨어졌다. 2006~2010년의 5월 평균 가격인 7026원과 비교해도 37% 낮은 수준이다.

농가들이 오리 한 마리를 키워내는 비용이 6000원대임을 감안하면 손해를 보며 팔고 있는 것이다. 오리협회 관계자는 “시세가 생산비를 밑도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 농민들이 많은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리값이 이렇게 떨어진 원인은 공급 과잉과 수요 위축이 겹친 탓이다. 오리 가격은 지난해 5월 마리당 1만원대까지 치솟았다가 8월께 평년 수준으로 안정된 적이 있다. 2010년 조류인플루엔자(AI) 사태로 오리 개체 수가 감소, 작년 상반기에 가격이 폭등하자 농가들이 사육 규모를 집중적으로 늘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도하게 늘어난 공급량은 계속 오리농가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전국에서 사육된 오리는 1309만마리로 전년 대비 53% 많았다. 입식된 병아리도 1년 전보다 73%나 늘어난 872만마리에 달해 공급 과잉을 부추겼다는 지적이다.

오리고기 업체들은 물량을 20%가량 감축하기로 합의했지만, 냉동창고에 여전히 1000만마리 이상이 재고로 쌓여있다.

반면 경기 침체로 외식 수요가 줄면서 오리 소비는 감소하고 있다. 대체재인 닭고기와 한우 값까지 내리면서 홈쇼핑을 통한 오리고기 판매도 최근 전년 대비 3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전해졌다. 김환웅 롯데마트 계육담당 상품기획자(MD)는 “오리고기 소비가 지난 몇년새 훈제 요리를 중심으로 크게 늘었다가 최근 정체현상을 보이고 있다”며 “올 1~4월 오리 판매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0% 가량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마트에서 구이용 오리로스와 통오리는 1년 전 ?당 각각 1만6800원, 1만3800원에 판매됐으나 현재는 ‘행사 품목’으로 분류돼 1만1960원, 1만800원씩에 팔리고 있다. 롯데마트는 산지 시세를 반영해 오는 3일부터 오리 신선육 1.2? 가격을 1만2800원에서 9900원으로 23% 인하할 예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오리 산지가격을 3?당 4600~5100원으로 예상했다. 지난달보다는 소폭 상승하겠지만 여전히 작년보다 50% 이상 낮다.

오리협회 관계자는 “5월 가정의 달과 7~8월 복날 대목을 거치면서 수요는 다소 회복되겠지만 신규 공급물량과 재고분이 워낙 많아 올해 안에 가격이 평년 수준을 되찾긴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임현우 기자 tard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