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 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는 생산이나 수익성 차이 때문이 아니라 임금 격차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김주훈 KDI 부원장은 30일 발간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에 관한 해석’이라는 분석보고서에서 “지난 20년간 제조업 분야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비교해보면 성장과 수익성에서 대기업이 더 높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대기업만 성장·발전하면서 양극화가 발생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한 반박”이라고 설명했다.

김 부원장은 1990년부터 2009년까지 20년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평균 출하액(매출액), 부가가치(매출액에서 원자재 비용을 뺀 수치) 증가율을 각각 비교했다. 이 기간 중 대기업의 연평균 출하액은 매년 10.0% 늘어난 반면 중소기업은 10.8% 증가했다. 연평균 부가가치 증가율 역시 이 기간 중 대기업은 8.7%를 기록, 중소기업(9.8%)을 밑돌았다.

그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가 심하다는 인식은 종사자들의 급여 격차가 투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20년간 대기업의 연평균 1인당 급여 증가율은 9.7%로 중소기업의 8.3%를 웃돈다. 외환위기 이전에는 대기업(14.1%)과 중소기업(13.8%)의 급여 증가율 격차가 크지 않았지만 1999년 이후 각각 7.8%, 6.3%로 격차가 벌어졌다.

이런 차이가 생긴 것은 대기업이 높은 생산성과 고임금이 가능하도록 기업 간 분업 조직을 조정했기 때문이라는 게 김 부원장의 분석이다. 그는 또 비정규직·파견제 도입이 정규직 반발로 불완전하게 마무리되면서 대기업이 고용을 제한할 수 있었던 것도 주된 이유로 제시했다. 반면 중소기업은 생산성 저하, 저임금화를 감내하면서 고용을 확대해 평균 급여가 하락했다.

김 부원장은 이런 분석을 기반으로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거치지 않고도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정규직에 대한 과도한 보호는 줄이고 비정규직, 자영업 등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는 한편 대기업의 경제적 성과가 우월할 것이라는 단정에서 도입된 각종 규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