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의 해외 진출과 외국인의 국내 투자 부진으로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간 총 66만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현대경제연구원은 29일 ‘FDI(외국인 직접투자) 순유출 급증과 U턴 특구 전략’ 보고서에서 FDI 유출액이 유입액보다 많은 순유출 상태가 경제성장률 저하에 영향을 미쳤다며 이같이 밝혔다.

특히 지난해 FDI 순유출은 308억달러로 사상 최대였다. 국내 기업은 해외에 445억달러를 투자한 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액은 137억달러에 그쳤다. 특히 국내 기업들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반도체 컴퓨터 자동차 중화학공업 등 고부가가치 업종에서 해외 투자를 늘렸다.

연구원은 해외 투자액과 고용유발계수를 비교한 결과 지난 12년간 제조업 분야에서 일자리 66만개에 해당하는 ‘기회 손실’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FDI 순유출이 없었다면 이 정도의 일자리가 국내에서 생겨났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도 이 같은 이유로 설명했다. 투자 부진이 고용 창출을 줄이고 이것이 성장에 걸림돌이 됐다는 지적이다. 한국의 2008~2012년 평균 잠재성장률은 3.8%로 외환위기 직전의 4.7%보다 낮다. 국내 산업에서 제조업 취업자 비중이 2000년 20.3%에서 2011년 16.9%로 낮아진 것도 같은 맥락이라고 덧붙였다.

연구원은 제조업 기반을 되살리도록 ‘U턴 특구’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해외로 나간 기업을 경제자유구역으로 불러들여 세금 등 각종 혜택을 주자는 것이다.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서 개성공단을 활용해 값싼 노동력을 활용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김동열 수석연구위원은 “투자 부진과 일자리 손실은 제조업 공동화 우려를 낳고 있다”며 “고급 인력 유치를 위해 국외 연구·개발 기관을 데려오고 노동 관련 규제를 풀어 외국인 직접투자를 활성화해 FDI 순유출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정환 기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