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피언투어 발렌타인챔피언십에 출전한 선수 가운데 월드랭킹이 가장 높은 선수는 애덤 스콧(34)이다. 랭킹 12위인 스콧은 지난해 월드골프챔피언십 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에서 타이거 우즈(미국)의 전 캐디 스티브 윌리엄스(뉴질랜드)와 함께 우승하면서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그립을 가슴에 고정한 채 퍼팅하는 ‘브룸스틱 퍼터’로 정상에 올라 ‘롱퍼터 열풍’을 몰고 온 주인공이기도 하다.

스콧은 26일 경기도 이천 블랙스톤GC(파72·7302야드)에서 열린 대회 첫날 변화무쌍한 바람 속에서 버디 4개와 더블보기 1개, 보기 1개로 1언더파 71타를 쳐 공동 7위에 포진하며 우승을 향해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스콧은 미국 PGA투어 장타 랭킹에서 293.1야드로 33위를 달리고 있다. 그는 자연스럽게 드로샷을 구사하는 스타일인데 갑작스럽게 엄청난 훅이 나곤 했다. 이에 따라 왼쪽으로 덜 휘어지게 하는 데 노력을 기울였다.

과거 우즈의 스승이던 부치 하먼과 2009년 결별한 그는 새로운 스윙 코치로 자신의 처남인 브래드 말론을 영입했다. 말론이 골프다이제스트를 통해 공개한 그의 장타 비결은 이렇다.

그에게 좋은 스윙은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덜 휘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말론은 “스콧의 클럽 페이스를 보다 뉴트럴하게 하는 한편 클럽이 더욱 급한 각도로 볼을 향해 떨어지도록 하려고 많은 노력을 했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그는 어드레스 자세에서 왼손 그립을 약하게 해 스윙 중 페이스가 닫히는 현상을 막았다. 또 백스윙 때 왼팔을 가슴에 바짝 붙임으로써 팔이 몸을 너무 멀리 벗어나지 않도록 했다.

그의 장점은 타고난 유연성이다. 정상급 기량을 갖춘 선수 가운데 누구 못지않게 상체 회전력이 좋다. 체중 이동 역시 뛰어나 다운스윙을 시작하자마자 체중이 재빠르게 왼발로 옮겨진다. 임팩트 때는 샤프트의 각도가 어드레스 때와 같다. 이는 그가 정확한 스윙 궤도에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히프가 지나치게 앞으로 이동해 있다. 이것도 심한 드로샷이 나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피니시 자세에서도 그의 주특기인 유연성이 돋보인다. 가슴은 어드레스 자세로부터 완벽한 180도 회전을 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롱퍼터’를 사용하고 있다. 퍼터 교체 이유에 대해서는 “퍼팅 자신감이 없었다. 특히 3m 이내 거리에서 퍼팅 성공률은 참담한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롱퍼터로 교체한 후 리듬이 좋아지고 볼의 롤링이 매끄러워졌다고 한다. 지금 쓰는 롱퍼터는 스카티 캐머런이 만들어준 49인치짜리다.

26세 동갑내기 배상문과 김경태는 오버파를 쳤으나 비교적 무난한 출발을 보였다. 배상문은 3오버파 75타를 쳐 공동 58위를, 김경태는 1오버파 73타로 공동 28위를 기록했다.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