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황종원 씨(41)는 올해 초 받은 성과급 1000만원을 어디에 굴릴까 생각하다 지난 2월 금에 투자할 수 있는 ‘골드뱅킹’에 가입했다.

연초부터 금값이 다시 뛰기 시작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해서다. 마침 은행에 다니는 선배도 “지난해 금 투자로 짭짤한 이익을 올렸다”며 강력 추천했다. 가입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금값이 계속 오르면서 수익률이 한때 10%를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자 황씨는 지난달 만기가 된 적금 1000만원을 추가로 골드뱅킹에 넣었다. 하지만 그는 요즘 골드뱅킹 통장을 정리해야 할지 말지 심각하게 고민 중이다. 최근 국제 금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골드뱅킹 수익률 줄줄이 추락

지난해 국제 금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큰 인기를 끌었던 골드뱅킹의 수익률이 추락하면서 은행과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투자자들은 원금을 까먹기 시작한 데다 앞으로 금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많아 여간 불안한 게 아니다. 각종 골드뱅킹 상품을 내놓으며 공격적으로 투자자를 유혹했던 은행들도 수익률이 부진하자 곤혹스런 모습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에서 골드뱅킹을 판매하고 있는 신한·국민·우리은행의 최근 1개월 수익률은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신한은행 골드뱅킹의 한 달 수익률은 -1.17%(세전 기준)를 나타냈다. 연간 수익률로 따지면 -14.06%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은행의 골드뱅킹 수익률도 -1.61%, 연환산으론 -19.3%를 보였다. 우리은행의 골드뱅킹 수익률은 -3%까지 추락했다. 우리은행은 당초 지난해 말 골드뱅킹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금값이 떨어지면서 미뤄오다 지난 2월6일에야 판매를 시작했다.

◆골드뱅킹 가입자도 줄어들어

수익률이 부진하자 골드뱅킹 판매도 시들해지고 있다. 신한은행의 골드뱅킹 잔액은 지난 25일 기준 4709억원으로 지난 1월에 비해 150억원이 느는 데 그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 700억원이 늘었던 것과 비교하면 판매 둔화세가 확연하다. 우리은행도 지난 2월 10억원어치(502계좌)를 판매하면서 인기몰이에 나서는 듯했지만 3월엔 가입자가 347명(8억원), 4월 들어선 138명(4억원)으로 급감했다. 국민은행 KB골드투자통장 잔액은 1월엔 42억원 증가했지만 2월엔 17억원, 3월부터는 5억원으로 확 줄었다.

골드뱅킹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선 것은 국제 금값이 하락 추세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국제 금값은 최근 10년 동안 꾸준히 상승세를 타다가 작년 9월 온스당 1900달러를 돌파하면서 정점을 찍었다. 이후 하락 반전해 등락을 거듭하다가 최근엔 1650달러 선까지 내려앉았다.

골드뱅킹은 돈을 계좌에 넣으면 국제시장에서 달러로 금을 구입해 적립해주는 상품이다. 적립 시기와 규모는 고객이 조정할 수 있다. 투자자가 원하는 금 가격에 도달했을 때 금을 샀다가 파는 것이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수익률도 확인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다만 원금은 보장되지 않고 수익을 낼 경우 15.4%의 배당소득세도 붙는다. 그만큼 수익률은 철저하게 금값에 연동된다.

강동균/이상은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