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기사는 BizⓝCEO 기획특별판 입니다 >

이상기후, 고유가, 고물가에 맞서서 요즘 소비자들은 자신들만의 소리를 높여 소셜네트워킹으로 기업의 마케팅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기업과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높일 수 있게 된 1등 공신은 바로 스마트 IT 혁명. 스마트폰, 태블릿 PC, 클라우드 네트워킹 등이 가능한 스마트한 시대가 활짝 열린 것이다. SNS로 시간과 공간에 제약 없이 실시간으로 제품에 대한 정보를 빠르게 입수할 수 있고, 정보 공유가 가능해졌다.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요구를 외면해서는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 온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의 마케팅 영역과 활동은 다각도로 변화를 꾀하고 있다. 기업들은 상품자체 뿐만 아니라, 브랜드와 관련된 스토리텔링, 그리고 소비환경을 주목하고 있다.

물가인상, 주택경기침체, 금융불안 등의 경제 불황 속에서 기업들이 아껴 쓰고, 덜 쓰고, 똑똑하게 쓰는 스마트한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답은 빅데이터에 있다

기업들은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새로운 마케팅 전략 수립으로 분주한 가운데, 최근 빅데이터와 기업 경영에 관련된 연구보고서들이 속속 발표되고 있다.

세계적인 컨설팅 기관 맥킨지 앤드 컴퍼니가 2011년 5월에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빅데이터란 기존 데이터베이스 관리 도구의 데이터 수집, 저장, 관리, 분석 역량을 넘어서는 데이터셋(dataset)규모로, 정의는 주관적이고 계속 변화되며, 데이터량 기준은 산업분야에 따라 상대적이라고 설명한다.

IT 전문가들은 빅데이터는 예전부터 존재했었고, 어떻게 분석해야 하는가라는 고민은 계속돼왔었다고 말한다. 유독 올해 들어 클라우드와 함께 빅데이터에 대한 관심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보통 데이터 크기를 기준으로 빅데이터라고 정의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데이터나, 속도를 보고 빅데이터라고도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데이터가 크기, 속도, 형태를 적절하게 충족해야 빅데이터로 취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산업별 유동적으로 진화하는 빅데이터 분석기술

지난 13일 장영재 KAIST 산업시스템공학과 교수는 KT경제경영연구소 디지에코(DIGIECO)의 보고서에서 빅데이터를 통한 과학적 경영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빅데이터가 IT 비즈니스의 새로운 혁명을 이끌 것이라며, 세계적인 패스트 패션기업인 자라(zara)를 예로 들었다.

명품브랜드를 컨셉트로 하면서도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자라의 상품은 우리나라에서 주머니가 가벼운 20대, 30대 여성들의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자라의 성공비결 첫 번째는 바로 속도전. 의류상품의 경우 한 시즌에 판매될 상품은 보통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기간을 거쳐 매장에 진열되는데, 자라는 불과 몇 주 만에 모든 과정이 끝난다. 자라의 이 같은 속도전의 중심에 빅데이터 분석기술이 있다.

스페인이 본사인 자라는 전 세계 매장에서 실시간으로 유입되는 판매데이터를 바탕으로 빅데이터를 이용해, 시점에 따라 적절한 상품을 어떤 매장에 진열하면 좋을지 분석한다.

패스트패션이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선보이며 성공가두를 달리는 자라의 뒤를 이어 현재 우리나라는 물론 세계의 패션업계들이 대거 패스트패션으로 진출, 후발주자로 나서고 있는 것을 볼 때, 빅데이터는 산업의 특징에 맞게 유동적으로 진화하며 소비자들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미국의 IT기업 EMC는 빅데이터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자동차 운전자 습관과 인터넷 사용행태를 분석해서 자동차 보험료를 계산한 결과를 내놓았다. 빅데이터 소프트웨어에는 최고속도, 사고위험률, 브레이크 습관 등의 데이터와 유튜브, 페이스북 방문기록을 추적해 수치화시켜놓았다. EMC가 이런 기발한 결과를 발표하게 된 것은 EMC 회장 자신이 유튜브에서 자동차 경주 동영상을 즐겨본 결과, 보험료가 증가하게 된 것에서 연구가 시작됐다고 한다.

독일 이동통신회사 티모바일(T- Mobile)은 가입 고객이 이탈하는 원인을 밝혀냈는데, 특정기간의 계약해지자의 통계를 추출했다. 계약 해지한 사람과 자주 통화한 사람들과 통화빈도를 추적해서 인적 데이터베이스를 구축·분석한 결과, 가입자 한 명이 계약해지를 하면 인적 데이터베이스의 70% 고객이 추가 이탈한다는 것을 발견했다.

◆중요한 것은 정보분석 능력, 인재육성 시급해

스마트 시대에 넘쳐나는 모든 데이터의 양을 분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것을 통해 산업별로 경제적 타당성, 기술적 가능성, 혹은 관계없는 분야의 연관관계를 분석하면서 이제까지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되거나, 앞으로의 발전방향을 예상할 수 있다면 그것이 빅데이터의 가치가 될 것이다.

한편으로 빅데이터 분석에 따른 역기능도 발생하고 있다. SNS에서 개인 신상정보가 무단으로 도용돼 범죄에 악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정부가 앞장서서 개방된 플랫폼에서 기업과 소비자와 소통·협력해서 가치를 창출하고 사회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폭증하는 데이터가 경제적 자산이 되고 가치창출의 원천이 되는 빅데이터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흐름이 점점 빨라지고 있다. 최근에는 기업 활동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아내서 분석하는 데이터사이언티스트(Datascientist)가 신종유망직종으로 떠올랐다. 빅데이터를 분석하기 위해서는 통계학, 컴퓨터공학, 전자공학 등의 IT과학과 경영학, 심리학, 언어학, 뇌과학 등의 분야가 접목된 융합과학기술 분야의 지식이 필요하다. 미국에서는 빅데이터 분석과 관련한 인재를 양성하는 프로그램들이 개발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용어조차 생소한 편이다. 미국 IT 리서치 기업인 가트너(Gartner)는 데이터는 미래 사회의 경쟁 우위를 좌우하는 21세기 원유라고 지칭하면서, 기업은 다가오는 데이터 경제시대를 이해하고, 정보 고립(Information Silo)을 경계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고 자문하고 있다.

따라서 지식기반의 스마트한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해서는 빅데이터 분석활용이 가능한 인재육성이 시급하다. 국가비전을 제시하고, 미래의 성장동력산업을 확보하기 위해서 빅데이터를 분석·활용할 수 있는 인력들을 양성,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국내·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상황 등의 빅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대응할 수 있는 정책을 수립하고 실행해야 한다. 산·학·연과의 공동 빅데이터 분석 작업을 통해 상호간의 지식정보를 공유하고 활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넓혀나갈 수 있을 때, 스마트한 대한민국으로 한 발짝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양승현 기자 yangsk@hankyung.com